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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포핀스 SE : 45주년 기념판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딕 반 디크 외, 로버트 스티븐슨 / 월트디즈니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메리 포핀스
Mary Poppins, 1964
영화 〈메리 포핀스〉를 함께 보는 우리 집 일곱 살 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저 우산 쓴 아줌마 하늘을 날아요! 어떻게 하늘을 날지?” “어떻게 날까?” “음, 아, 하늘을 난다고 생각하면 하늘을 날아요.” “그래, 너도 마음속에 하늘을 난다는 생각을 품어.” 영화를 한참 보며 깔깔거리고 웃다가 아이들이 다시금 묻는다. “아버지, 저 아저씨는 우산 쓴 아줌마네 외삼촌이야?” “응.” “저 아저씨는 어떻게 웃으면서 천장에 있어?” “어떻게 저렇게 있을까?” “음. 웃으니까. 그러면, 나도 웃으면 저렇게 있을 수 있어?” “그럼.” 아이들은 또 영화에 흠뻑 빠져든다. 저녁을 제대로 안 먹어 배고플 텐데, 밥상에 차린 밥을 뜰 엄두를 못 낸다. 아니, 한 초라도 그림을 놓치고 싶지 않다. 쉬가 마려워도 움직이지 않는다. 메리 포핀스 아주머니하고 단짝이 되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가 공원 바닥에 그린 그림에 풍덩 뛰어들어 노는 모습을 보는데, 어느새 비가 와서 그림이 녹는다. 다시 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저 그림 어떻게 해? 다 지워지잖아.” “응, 괜찮아. 지워져도 돼. 일부러 공원 바닥에 그렸는걸.” “에이, 그래도.” “그림은 다시 그리면 되지.”
악사이자 그림쟁이이자 춤꾼이자 노래꾼이자 굴뚝청소부이자 …… 연날리기 장수까지 온갖 일을 하는 아저씨는 길에서 아이들을 만난다. 이때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한 자락 들려준다. 은행에서 일하는 너희(아이들) 아버지는 너무 바쁜 나머지 너희들을 사랑할 겨를을 못 내는데, 너희 곁에는 어머니도 유모도 메리 포핀스도 아저씨도 있지만 너희 아버지한테는 아무도 없이 혼자 외롭다고, 너희 아버지가 외롭고 힘들 적에는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아무한테도 말을 못 하고 무척 외롭다고, 이런 아버지를 너희가 지켜야 한다고.
코앞에 있으나 코앞을 보지 못하는 ‘뱅크스’는 이제껏 아주 평화롭고 즐겁게 삶을 누렸다고 여겼지만, 막바지에 이르러, 그러니까 스스로 쌓은 울타리가 하나도 평화롭지 않고 즐겁지 않으며 삶조차 아닌 줄 느낄 무렵, 비로소 아이들과 말을 섞을 수 있다. ‘수퍼칼리프래글리스틱엑스피알리도셔스’라는 낱말을 떠올린다. 그러고 나서 춤을 춘다. 이제부터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아이들하고 눈을 맞추면서 마음을 나누는 어른, 어버이로 오롯이 설 수 있다.
삶이란 무엇일까. 사회에서 만든 틀을 따르면서 톱니바퀴가 되어 돌아가면 삶인가. 사랑이란 무엇일까. 돈을 잘 벌고 커다란 집을 장만하면서 집일은 심부름꾼을 두어 시키면 사랑인가. 꿈이란 무엇일까. 돈을 더 키운다든지 여행을 다닌다든지 책이나 영화를 본다든지 뭐 그럴싸한 행사를 꾀하는 일이 꿈인가.
아이들은 놀 때에 아이들이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함께 놀 때에 어른들이다. 아이들은 꿈을 꾸고 사랑하는 삶을 날마다 새롭게 맞이할 때에 아이들이다. 그러면 어른들은 무엇인가? 어른들은 어떤 넋이요 숨결인가? 4347.8.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