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드롭스 10 - 번외편
우니타 유미 지음, 양수현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360



옆에 있고 싶어

― 토끼 드롭스 10

 우니타 유미 글·그림,양수현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4.5.2.



  아이들은 한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놉니다. 땀으로 젖은 옷을 벗기고 씻긴 뒤 새 옷으로 갈아입혀도, 아이들은 어느새 또 신나게 뛰놀면서 옷을 땀으로 적십니다. 참 대단하지요. 기운이 철철 넘쳐서 놀고 놀며 다시 놀아도 새롭게 놀 수 있는 아이들이에요. 노는 기운을 다시 뽑고 새로 끌어내며 거듭 길어올립니다.


  어른도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한다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빙그레 웃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른도 스스로 기쁜 일을 할 적에는, 땀을 비오듯이 흘려도 활짝 웃거나 노래하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이라면 아이나 어른 모두 즐겁게 웃고 기쁘게 노래하며 아름답게 삶을 짓는 길로 나아간다고 느낍니다.



- “저기, 다이키치.” “왜?” “다이키치는 칙칙이로 벌레 죽이지? 다이키치는 괜찮아? 그건 죽여도 되는 벌레야?” (17∼18쪽)

- “벌레도 린이랑 똑같이 살아 있어. 죽으면 다시 못 돌아와. 그러니까 마구잡이로 죽이지는 말자.” “마구잡이로?” “최대한?” “최대한?” “되, 되도록?” “되도록!” (20쪽)




  낮잠을 거른 아이들이 저녁 아홉 시 반이 되도록 잠들지 않고 놉니다. 여섯 시에도 졸린 빛이 흐르고, 일곱 시에도 졸린 기운이 흐르며, 여덟 시에도 졸린 낌새가 흘렀는데, 아홉 시까지 버티고 버티면서 놉니다. 아이들을 재우려고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다가 두 손을 듭니다. 너희가 더 놀고 싶다면 놀고 싶은 대로 놀도록 해야 합니다.


  마루에 벌렁 드러눕습니다. 시골집에서는 대청마루가 가장 시원합니다. 귀로는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듣고, 눈은 살며시 감습니다. 한참 누워서 꿈나라로 접어들듯 말듯 한데, 문득 큰아이가 부릅니다. “아버지, 이제 자고 싶어요. 같이 자요.” 방에 들어가서 함께 눕잡니다. “이제 자고 싶니? 그러면 손하고 얼굴 씻고 와.” 큰아이가 부엌에 불을 켭니다. 씻는방으로 가서 두 아이가 손과 얼굴을 씻습니다.


  자리에 눕힙니다. 손과 얼굴을 아이들이 스스로 씻기는 했어도 땀내음이 납니다. 어쩔까. 아이들 옷을 다시 갈아입히고 몸을 새로 씻길까. 한동안 망설이다가 그대로 눕힙니다. 부채질을 하기로 합니다. 큰아이와 작은아이를 갈마들면서 부채질을 합니다. 머리를 쓸어넘기고 가슴을 토닥입니다. 조용히 노래를 부르면서 부채질을 합니다.


  노느라 달아올랐던 몸이 차분히 식었구나 싶을 무렵 부채질을 그칩니다. 아이들 사이에 누워 숨을 고릅니다. 팔을 쉰 뒤 더 부채질을 합니다. 그러고는 다시 팔을 쉬고 더 부채질을 합니다. 밤 열 시를 넘어가고 열한 시 무렵이 되면, 이제 제법 선선하게 잘 수 있겠지요.





- “근데 다이키치, 익충이 뭐야?” “착, 착한 벌레를 말하는 거야!” “왜 착한 벌레야?” “으으음.” (곤충도감을 꺼낸다) “우와아, 이 벌레 예쁘다.” “린이 커서도 볼 책이니까 살살 넘겨.” “응!” (22쪽)

- ‘애들은 왜 이렇게 옷이며 신발에 모래를 넣어 오는 거냐?’ (41쪽)

- ‘우리 집이야 (모래를) 마당에 털면 되지만, 아파트 같은 데선 남자애 키우면서 어떻게 사나?’ (49쪽)



  아이들은 아버지 곁에서 놀고 싶습니다. 골짜기로 나들이를 갈 적에도, 두 아이가 잘 노는구나 싶어 살짝 위쪽으로 올라가서 골짝물에 몸을 담근다든지 바위에 드러누우면, 두 아이는 어느새 바위를 타고 위쪽으로 올라와서 아버지 둘레에서 얼쩡거리면서 놉니다. 집에서도 아버지가 부엌에서 밥을 지으면 부엌으로 하나씩 찾아와서 놉니다. 마당으로 내려가 평상에 앉아 책을 보면 어느새 쪼르르 마당으로 내려와 평상 둘레에서 놉니다. 뒤꼍 풀밭을 헤치며 풀을 뜯으면 또 두 아이는 풀밭으로 다가와서 같이 풀밭을 헤치면서 노래를 합니다.


  찰싹순이요 찰싹돌이라고 할 만합니다. 보이는 데에 있고 싶은 마음이지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데 있더라도 늘 이곳에 함께 있지만, 아이들은 어버이가 저희한테 잘 보이는 데에 있어야 마음을 놓고 신나게 놀 수 있지 싶어요.


  거꾸로, 나도 이런 마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시골집에 놓고 혼자 볼일을 보러 나가야 한다면 어쩐지 거북하거나 쓸쓸합니다. 늘 함께 다니던 아이들을 집에 두고 혼자 자전거를 몰면 어쩐지 심심하거나 허전합니다.





- ‘이 정도야 귀엽네. 정말 린은, 모래도 덜 묻혀 오고, 조심성이 많아서 어이없이 다치는 일도 없고. 효녀로세.’ (66쪽)

- “이제 부모님도 챙겨야 하는 나이인데, 여전히 제 일만으로도 벅차서, 아버지 어머니한테 걱정만 끼치고 있어요. 한심하죠.” “엑, 한심하다뇨. 니타니 씨는 그렇지 않아요!” ‘으아, 우리 부모님은 아직 팔팔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네.’ (97쪽)



  우니타 유미 님 만화책 《토끼 드롭스》(애니북스,2014) 열째 권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토끼 드롭스》 열째 권은 번외편입니다. 만화책 《토끼 드롭스》는 아홉째 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어요. 열째 권에서는 ‘린’이라는 아이가 처음 ‘다이키치’ 집에 왔을 적에 둘이 아직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지 못하던 모습이라든지, 어린 아이들이 밖에서 한참 뛰놀다 들어오면 온 집안에 모래가 굴러다닌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린’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이 어떤 마음인지 넌지시 보여줍니다. 또한, 린이나 다이키치뿐 아니라, 오순도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어떤 마음빛인지를 가만히 밝혀요.



- “그거 어쩌다 다친 거예요?” “애 낳은 것뿐이야. 아이를 버리고, 만화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123쪽)

- ‘난 그저 린 옆에 있고 싶었던 거구나.’ (158쪽)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요.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림을 이룰까요.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한 집안을 이룰까요.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마음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어떻게 아끼거나 어떻게 보살피는 몸짓이 될까요.


  식구들이 꼭 어디로 나들이를 다녀야 하지 않습니다. 식구들이 꼭 대단한 요리를 먹어야 하지 않습니다. 식구들이 꼭 눈부신 옷을 차려입어야 하지 않습니다.


  빙그레 웃으며 마주보아도 즐겁습니다. 볼을 살살 어루만지고 등을 가볍게 토닥여도 즐겁습니다. 잠자리에서든 밥상머리에서든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하루를 누릴 수 있으면 즐겁습니다. 자전거를 함께 타고 시원한 바람을 쐬어도 즐겁습니다.




- “다이키치.” “응?” “가끔은 술, 밖에서 먹고 와도 돼.” “엥? 무슨 소리냐? 갑자기.” “다이키치. 나 오고 나서 쭉 그랬잖아. 밖에서 술 안 먹는 거. 그전에는 안 그랬을 텐데.” “음, 그랬던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나, 다이키치가 그런 데 들렀다 온 기억이 전혀 없어. 어릴 때부터.” (188∼190쪽)



  옆에 있고 싶습니다. 아무것을 하지 않더라도 옆에 있고 싶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옆에 있고 싶습니다. 파랗게 환한 하늘을 함께 누리면서 옆에 있고 싶습니다. 시원한 산들바람을 함께 쐬면서 옆에 있고 싶고, 맑은 햇볕을 함께 쬐면서 옆에 있고 싶습니다.


  번외편인 《토끼 드롭스》 열째 권은 서로 아끼는 옆지기가 어떤 마음인가를 다시금 조용히 보여주면서 참말로 끝맺습니다. 서로 보살피는 따사로운 마음으로 지내는 곁님이 어떤 눈빛인가를 곱게 드러내면서 차분히 마무리짓습니다. 4347.7.3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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