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J특공대 (사진책도서관 2014.7.2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방송국에서 취재를 묻는 전화가 온다. 어느 방송국일까. 잘 모르겠다. 텔레비전이 집에 없고 안 들여다본 지 아주 오래되어 알 길이 없다. VJ특공대를 찍는 사람이라고 말한 듯하다. 시골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모습을 찍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지내지. 시골에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밥이든 빨래이든 집살림이든 도맡아서 하는 아버지이지. 대수로울 일이 없고 대단한 모습이 없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하루 내내 아이하고 붙어 지내는 아버지는 찾아보기 아주 어렵다. 허울이 좋은 남녀평등은 내세우지만, ‘여자 투표권’은 있지만, 여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여대생이 무척 많지만, 정작 참다운 평등은 아직 한국 사회에 없다고 느낀다. 함께 즐기는 집안일과 같이 가꾸는 집살림으로 나아가는 가시버시는 얼마나 있을까.

  책은 많이 읽지만, 책만 많이 읽을 뿐, 스스로 삶을 안 가꾸는 사내가 아주 많은 한국 사회이다. 이론과 지식으로는 평화와 평등과 민주를 말하지만, 정작 삶과 사랑과 꿈에서는 평화와 평등과 민주하고는 동떨어진 채 지내는 사내가 대단히 많은 한국 사회이다.

  그래서, 어떤 방송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고흥으로 즐겁게 찾아올 수 있으면 얼마든지 와서 취재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제작진이 회의를 한 뒤 저녁에 전화로 알려주겠다고 한다.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살고, 아이들을 저녁에 재워야 하니 저녁 아홉 시가 넘으면 전화를 하지 말고 이튿날 해 달라고 말씀을 여쭌다.

  전화를 끊고 도서관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한다. 한국말사전 자료를 새롭게 꽂는다. 책꽂이 자리를 바꾼다. 책꽂이에 핀 곰팡이를 닦는다. 걸상을 곳곳에 더 놓는다. 한참 땀을 흘리며 일을 하는 동안, 큰아이는 만화책을 읽어 준다. 작은아이는 여느 날처럼 골마루를 이리저리 달리면서 내 꽁무니를 좇는다. 내가 이리 가서 일하면 내 뒤에서 얼른거리고, 내가 저리 가서 일하면 저쪽 내 뒤에서 얼쩡거린다.

  두 시간 남짓 갈무리를 한 뒤 기지개를 켠다. 아침을 먹이고 나왔으나 곧 아이들이 출출하다고 하리라. 골짜기에 가야지. 골짜기에 가서 두 시간쯤 놀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밥을 차려 주어야지. 아이들이 저마다 콩콩콩 달린다.

  골짝마실을 마치고 집에 와서 저녁을 차린다. 아이들을 재운다. 전화가 없다. 취재를 하든 말든 전화를 하기로 했으면 할 일이 아닌가. 이튿날에는 전화를 할까. 아마 안 할 듯하다. 방송국 일꾼이라면 무척 바쁘기는 할 텐데, 그 흔한 손전화 쪽글조차 남기지 못한다면, 믿음을 살 수 없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