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24) 중中 37 : 기르는 중이야


“머리, 전에 봤을 때보다 많이 길었네.” “응. 기르는 중이야.”

《호즈미/조은하 옮김-결혼식 전날》(애니북스,2013) 40쪽


 기르는 중이야

→ 길러

→ 기르지

→ 기르니까

→ 기르게 두니까

 …



  ‘中’을 넣은 “기르는 중이야”는 현재진행형 꼴로 쓰는 번역 말투라 할 만합니다. 일본사람은 한자 ‘中’을 넣어 이런 말투를 곧잘 쓰고, 이를 잘못 옮기는 이들은 “기르고 있어”처럼 ‘있다’를 넣기도 합니다. ‘있다’는 한국말이지만, “-하고 있다”와 같은 말투도 한국 말투가 아닌 번역 말투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말투가 사람들 입에 아주 찰싹 달라붙었습니다. 이런 말투를 털어낼 수 있는 사람은 무척 드물지 싶어요. 여느 어버이도, 여느 교사도, 여느 작가도 이런 말투를 씻어내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고작 너덧 살밖에 안 되는 아이들마저 이런 번역 말투나 일본 말투를 씁니다.


  책을 안 읽고 방송을 안 본다면 이러한 말투에 덜 물들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책을 안 읽히고 텔레비전을 안 보여주는 어버이나 어른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한국 말투를 올바르게 추스르거나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숱한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을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맙니다.


  내 말투를 바르게 바라보고, 내 말투를 올곧게 느끼며, 내 말투를 사랑스레 쓸 수 있기를 빌 뿐입니다. 4347.7.2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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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예전에 봤을 때보다 많이 길었네.” “응, 기르니까.”


‘전(前)에’는 ‘예전에’로 다듬습니다. ‘예전’은 한국말이고, ‘前’은 한자말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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