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보는 책과 영화
일본영화 가운데 〈반딧불의 별(ほたるの星 : Fireflies: River Of Light)〉이 있다. 2003년에 나온 작품인데 한국 극장에 걸리지 않았고, 한국에서 디브이디로 나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이 뭉클하게 움직인 사람이 꽤 많았는지, 일본말로 된 영화에 한국말 자막을 붙이는 이웃이 있고, 유투브에는 어느 중국 이웃이 중국말과 영어로 자막을 붙여서 올리기도 한다. 어쩌면, 중국에서는 디브이디가 나왔을까? 정식판이든 해적판이든 중국에서는 디브이디가 나왔을는지 모른다.
아마 〈반딧불의 별〉이라는 영화를 본 한국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1만 사람쯤 이 영화를 보거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또는 1천 사람쯤 된다고 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았을까?
아이들과 볼 만한 영화인지 살피려고 아이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에 혼자서 먼저 영화를 찬찬히 본다. 아이들하고 여러 차례 볼 만한 영화라고 느끼며 나 또한 가슴이 짠하다. 그런데 이제 시골에서조차 반딧불이가 되든 개똥벌레가 되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논도랑을 죄다 시멘트로 바꾸어 버린다. 흙과 돌과 모래로 바닥을 이루던 깊은 두멧자락 골짜기까지 4대강사업 핑계를 대면서 모조리 시멘트바닥으로 바꾸기까지 한다.
나는 전남 고흥 시골에서 마을 이웃들한테 말한다. “저는 개똥벌레를 살리고 싶어 마을 샘터를 치우면서 다슬기를 한 마리도 죽이지 않고 미리 건져서 건사한 뒤 샘터를 다 치운 뒤 제자리에 놓습니다.” 하고. “우리 식구는 제비를 돌보고 싶어서 농약을 한 방울조차 쓸 마음이 없습니다.” 하고. “나는 개구리 노랫소리와 풀벌레 노랫소리를 아름답게 듣고 싶기 때문에 살충제이든 모기약이든 한 방울도 안 쓸 생각이지만, 농약은 아주 마땅히 쓸 일이 없습니다.” 하고.
농약을 치고 도랑을 시멘트로 바꾸며 시골 고샅까지 아스팔트로 덮으니, 풀벌레가 죽는다. 풀벌레가 죽으니 개구리가 죽는다. 개구리가 죽으니 뱀이 죽는다. 뱀이 죽으니 또 무엇이 죽을까? 모기와 파리와 애벌레가 몽땅 죽으니 잠자리도 제비도 참새도 박새도 직박구리도 죽는다. 그리고, 우리한테 익숙한 이웃(여러 벌레와 새와 개구리)이 죽으면서 논밭에 ‘낯선 벌레’가 꼬이면서 어떤 농약에도 안 듣는 ‘무서운 벌레’까지 생긴다. 사람하고 함께 살던 벌레와 새는 사람들이 농약을 치고 시멘트를 써대면서 모조리 목숨을 잃는다. 사람하고 함께 안 살던 벌레는 사람들이 농약을 치고 시멘트를 써대면서 갑자기 부쩍 늘어난다.
오늘날 한국사람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영화를 보는가? 오늘날 한국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가? 오늘날 한국사람은 어느 곳에서 살면서 어느 목숨을 이웃이나 동무로 여기는가? 4347.7.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