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7.21.

 : 이틀째 골짝마실 자전거



- 어제는 골짝마실에서 그치지 않고 천등산을 넘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끌며 천등산을 넘자니, 넘고 나서 등허리가 쑤시고 결리며 팔다리에 힘이 없어 아주 괴롭다. 나는 왜 자전거를 끌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멧꼭대기를 넘으려 했을까. 아무래도 아직 해 보지 못한 일이기에 해 보고 싶었겠지. 아이들이 아직 이렇게 어릴 적에 함께 멧나들이를 하면서 멧바람을 쐬어 주고 싶었겠지. 이러면서 나도 멧빛을 느끼고 싶었겠지.


- 어제 멧자락을 넘느라, 또 집까지 먼길을 돌아오느라, 자전거를 꽤 많이 몰아 목아지까지 아프고 팔힘이 붙지 않는다. 집안일을 하기에도 힘들다. 그렇지만, 날마다 새롭게 놀고 싶은 아이들은 또 골짜기에 가고 싶다. 천천히 기운을 추스른다. 서재도서관에 가서 땀을 빼며 일한다. 스스로 땀을 빼며 일하는 동안 더위를 느끼려 한다. 몸에서 더위를 느껴야 얼른 골짜기에 가서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자는 생각이 들 테니까.


- 잠자리 한 마리가 수레에 앉는다. 고마워, 잠자리야.


- 골짜기로 달린다. 어제 기어를 1*2로 한 번 맞추었는데 기어가 안 풀리고 가파른 길을 잘 올라갔다. 오늘도 1단 기어를 써 보자고 생각하면서 1*3을 쓰는데, 안 풀린다. 잘 되는구나. 그동안 자전거에서 내린 뒤 걸어서 끌고 올라가던 가파른 길을 씩씩하게 올라간다. 다만, 힘이 많이 든다. 샛자전거에 앉은 사름벼리가 묻는다. “아버지, 오늘은 왜 안 내리고 타고 넘어요?” 벼리야, 묻지 말아라. 너한테 말할 겨를이 없단다. 아버지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발판을 구르는 모습을 보렴.


- 어제 천등산을 넘으며 여러 골짜기를 보았다. 이 가운데 우리 식구가 아직 안 가 본 곳으로 가 보기로 한다. 그동안 다닌 골짜기에서 삼십 미터쯤 위로 올라가는 곳인데, 여기에는 무덤이 셋 있다. 어떤 분들 무덤일까. 이곳은 이분들 땅일까. 무덤으로 들어서는 길목은 풀을 베었다. 무덤가에 긴 걸상이 둘 있다. 걸상 앞에 자전거를 눕힌다. 이쪽에서 골짜기로 들어가는 길도 누군가 잘 다져 놓았다. 아마 이 무덤을 쓴 분들일 텐데, 이곳으로 ‘돌아가신 분한테 인사하러’ 오는 한편, 손자 손녀가 찾아올 적에 골짝마실을 하는구나 싶다. 고마우면서 즐겁게 골짝마실을 누린다. 무덤을 골짜기 한켠에 쓰는 일도 참 멋지다고 느낀다.


- 올라올 적에 가파르던 길을 내려갈 적에 싱싱 바람을 가르며 지나간다. 어제 하루 엄청나게 가파른 멧길을 오르내린 만큼, 이제 골짜기 오가는 비탈은 비탈이 아닌 언덕받이쯤으로 느낀다. 그렇지. 그렇구나. 자전거를 달리는 까닭을 오늘 새삼스레 돌아본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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