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てっちゃん: ハンセン病に感謝した詩人 (單行本)
權徹 / 彩流社 / 2013년 11월
평점 :
찾아 읽는 사진책 180
사람을 읽는 이야기
― てっちゃん : ハンセン病に感謝した詩人
權徹 사진·글
彩流社 펴냄, 2013.12.18
1967년에 한국에서 태어난 권철 님은 1994년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보도사진을 배웠다고 합니다. 1999년부터는 ‘한센병 회복자’를 취재해서 일본에 있는 잡지에 사진과 글을 실었다고 해요. 이러는 동안 ‘우토로’ 이야기도 사진으로 찍었고, 우토로 이야기는 2005년에 한국에서 《우토로》(민중의소리 펴냄)라는 책으로 태어났습니다. 2014년 3월에는 《가부키초》(눈빛 펴냄)라는 사진책이 한국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한센병을 취재하던 권철 님은 한국에 있는 ‘나환자 병원’에도 찾아옵니다. 전남 고흥 소록도로 취재를 와요. 나는 곁님과 두 아이하고 고흥에서 지냅니다. 고흥으로 들어오기 앞서 이곳에 ‘나환자 병원’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길그림 종이를 방바닥에 넓게 펼치고 헤아려 보았어요. 한국 정부에서 이 병원을 고흥에 지은 까닭을 알 만했고, 고흥에서도 소록도라는 섬에 지은 까닭을 알겠더군요. 그야말로 한국에서는 외지며 먼 데가 고흥이요, 고흥에서도 소록도입니다. 고흥은 샛녘과 하늬녘과 마녘이 바다입니다. 이 가운데 남쪽인 마녘에서 소록도는 왼쪽 끝입니다. 오른쪽 끝에는 나로도가 있습니다. 나로도에는 한국 정부에서 우주선 시험 발사기지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막에 짓는 우주선 발사기지인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멀쩡히 사는 마을’에 발사기지를 세웠어요. 그나마 나로도가 한국에서 아주 외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한센병 이야기를 다룬 사진책 《てっちゃん : ハンセン病に感謝した詩人》(彩流社,2013)을 읽다가 ‘고흥 소록도’를 취재한 대목에서 자꾸 눈길이 멎습니다. 권철 님은 사진을 배우고 사진을 찍으려는 뜻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알고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구나 싶어요. 우리 식구는 고흥을 삶터로 여겨 지내는데, 권철 님한테 고흥은 ‘소록도 병원’이고 ‘취재하러 오는 곳’이에요.
권철 님한테 일본은 ‘사진을 배운 곳’이면서 ‘사진을 찍는 곳’이요 ‘삶을 꾸리는 곳’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꽤 많은 한국사람은 일본을 ‘놀러가는(관광·여행) 곳’으로 삼을 텐데, 요즈막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터진 곳’으로 여기기도 하리라 느낍니다. 한편, 참으로 많은 사람들한테 일본은 ‘한국으로 쳐들어와서 이 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곳’으로 여깁니다.
사람마다 바라보는 눈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가슴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결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사랑하는 빛이 다릅니다. 우리는 저마다 무엇을 바라볼까요. 우리는 서로서로 무엇을 이야기할까요.
사진책 《てっちゃん》에서는 ‘텟짱’이라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텟짱만 나오지 않습니다. 한센병과 얽힌 사람들이 나오고, 마을이 나오며, 시설이 나옵니다. 한센병이란 무엇일까요. ‘나병’과 ‘문둥병’은 무엇일까요. 1941년에 이 병을 고치는 약이 나왔다고 하는데, 일본은 왜 1996년까지 한센병 환자를 ‘완전 격리’를 시키고 불임수술까지 시키는 짓을 일삼았을까요. 한국에서도 왜 한센병을 제대로 바라보거나 헤아리는 눈길이 얕을까요.
사진책을 읽다가 생각에 잠깁니다. 사진책을 덮으며 생각에 젖습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참을 참대로 바라보려는 눈길은 서로 엇비슷합니다. 거짓을 거짓대로 깨달으려는 눈길도 서로 어슷비슷합니다. 그리고, 참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든지 거짓을 옳게 알아채지 못하는 눈길까지 서로 비슷비슷합니다.
꼭 한센병 환자가 아니어도 그렇습니다. 이른바 고급호텔이라는 곳에 후줄근한 차림새로 들어가려 하면 어찌 될까요. 고급호텔이 아닌 공공기관에서도 꾀죄죄한 옷차림으로 들어가려 하면 어떻게 되나요. 중앙정부에서 한센병 환자를 ‘완전 격리’를 시키기도 했지만, 우리들은 마을에서도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괴롭힙니다. 우리들은 동네에서도 누군가를 업신여기거나 푸대접합니다. 여느 삶자리에서 여느 이웃을 따돌리거나 업신여기던 흐름이 불거지면서 ‘사람을 괴롭히거나 푸대접하는 정책’이 태어납니다.
권철 님이 빚은 사진책 《てっちゃん》에 나오는 텟짱과 여러 한센병 환자는 아주 수수합니다. 텟짱 얼굴이나 몸은 잔뜩 곪거나 삭았다고 할 만하지만, 수수하게 보이는 한센병 환자도 많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요. 겉모습으로 마주할까요. 속마음으로 마주할까요.
눈을 감고 손을 잡아요. 눈을 감고 살포시 안아요. 눈만 감아도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귀를 열어도 겉차림이 아닌 속내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몸뚱이에 깃든 숨결을 헤아리면서 사귀는 이웃입니다. 몸뚱이에 서린 넋을 살피면서 만나는 동무입니다. 나와 네가 이웃인 까닭은 서로 푸른 숨결로 노래하기 때문입니다. 나와 네가 동무인 까닭은 서로 맑은 넋으로 꿈꾸기 때문입니다.
이웃을 사진으로 담는다고 할 적에는 겉모습을 담지 않습니다. 속마음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동무를 사진으로 찍는다고 할 적에는 옷차림을 찍지 않습니다. 속내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권철 님이 텟짱을 비롯한 한센병 환자를 만나거나 사귄다고 할 적에도, 속마음으로 만나고 속내로 사귀었겠지요. 사진으로 사람을 읽을 적에 ‘종이나 필름에 앉힌 모습’이 아니라 ‘사람 마음에 스미는 빛’을 읽는다면 다 함께 아름다운 삶을 이룰 수 있겠지요. 4347.7.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