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꽃 이름
인천에서 살며 골목마실을 하는 동안 꽃을 아주 자주 많이 보았습니다. 이 조그마한 골목에, 이 조그마한 집에, 이 조그마한 틈에 골목사람은 손수 씨앗을 뿌리거나 심기도 하지만, 그대로 두는데 어느새 꽃씨가 날려 자라기도 합니다. 골목마실을 하다가 곧잘 말씀을 여쭙니다. “아주머니, 이 예쁜 꽃은 이름이 무엇인가요?” “그 꽃? 나도 몰라. 처음에 지가 혼자 나서 자랐는데, 그냥 예뻐서 씨앗을 받아서 그렇게 키워요.”
꽃이름을 알면서 꽃을 키우는 분이 있고, 꽃이름을 모르면서 꽃을 키우는 분이 있습니다. 꽃이름을 누군가 알려주어서 알기는 알지만 막상 얘기를 하자면 안 떠오른다고 하는 분이 있고, 꽃이름을 알거나 모르거나 ‘예쁜 꽃’이라고 부르면서 돌본다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골목에서 만나는 꽃을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꽃학자가 붙인 이름을 알아도 좋겠지요. 그러나, 꽃학자가 붙인 이름을 몰라도 좋아요. 이름은 우리가 스스로 붙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골목꽃’이라는 이름을 써도 돼요.
인천에서 지낼 적에 인천으로 놀러온 손님이 있으면 함께 골목마실을 합니다. 함께 골목마실을 하면서 골목꽃을 들여다보는 손님이 저한테 묻습니다. “어머나, 이 예쁜 꽃은 이름이 뭐예요?” “네, 골목꽃입니다.”
골목꽃은 ‘골목꽃’입니다. 시골꽃은 ‘시골꽃’입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사랑꽃’과 ‘꿈꽃’이 자랍니다. 우리 입에서는 ‘노래꽃’이 흘러나오고, 우리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인천 내동에서였는데, 소담스럽게 한 송이씩 피어나는 꽃 세 송이를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이 꽃을 키우는 할배가 골목으로 나와서 한 마디 하셨습니다. “그 꽃 예쁘제? 함박꽃이라고 하는 것이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