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글이 된다



  무엇을 쓰든 글이 된다. 이야기를 담으면 글이 된다. 이야기가 없어도 글은 글이다. 이를테면, 종이팩에 담긴 우유를 ‘누르는 곳’에 적힌 글도 글이고, 과자 봉지에서 ‘뜯는 곳’에 적힌 글도 글이다.


  사람 가운데 사람이 아닌 사람은 없다. 모두 사람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한결 낫거나 덜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모두 같이 나아갈 아름다운 빛이라고 생각한다.


  나무를 볼 적에도 이와 같다. 한결 나은 나무라든지 덜 떨어지는 나무가 있을 수 없다. 모두 아름다운 나무이다. 다만, 아픈 나무가 있고 튼튼한 나무가 있다. 아파서 죽으려고 하는 나무가 있고, 씩씩하게 줄기를 올리는 나무가 있다. 이와 맞물려, 아픈 사람이 있고 튼튼한 사람이 있다. 괴롭고 힘들어 죽으려는 사람이 있고, 씩씩하게 기운을 내면서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글은 모두 글인데, 글은 어떤 글일까. 아름다운 글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안 아름다운 글이 있다고 할 만할까. 아픈 글과 튼튼한 글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랑이 감도는 글이랑 사랑이란 터럭만큼도 없는 글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좋은 글과 나쁜 글은 없다고 느낀다. 그저 느낌과 생각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글이 있고, 내 살갗에 와닿는 빛이 다른 글이 있지 싶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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