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훔쳐간 꼬마 도깨비들 - 별하나 그림책 3
사라 다이어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달리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11



함께 나눌 때에 아름다운 삶

― 세상을 훔쳐간 꼬마 도깨비들

 사라 다이어 글·그림

 조은수 옮김

 달리 펴냄, 2004.2.28.



  아이들은 콩콩 뛰면서 놀 적에 즐겁습니다. 어른들은 신나게 노래하면서 일할 적에 즐겁습니다. 아이들은 깔깔 웃으면서 놀 적에 기쁩니다. 어른들은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일할 적에 기쁩니다.


  뛰지 못하면서 놀라고 하면 아이들은 좀이 쑤십니다. 노래를 가로막으면서 일만 하라고 시키면 어른들은 죽을 맛입니다. 웃지 못하게 막으면서 놀라고 하면 아이들은 놀지 못합니다. 일할 때에는 웃지 말라고 윽박지르면 어른들은 괴롭습니다.



.. 날마다 꼬마 도깨비들은 밖으로 나와 “아, 세상이 참 아름답구나.” 하면서 놀라워했지요 ..  (7쪽)



  도시에서는 풀이나 나무가 자랄 만한 빈터가 마땅히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손바닥만 한 땅뙈기조차 엄청나게 비싸게 때문입니다. 도시에서는 풀이 자라거나 나무가 솟을 만한 땅을 그대로 두려 하지 않습니다. 가게로 쓰거나 주차장으로 삼거나 건물을 지으려 해요.


  옛날부터 어느 나라에서든 꽃그릇을 두지 않았습니다. 꽃그릇을 둘 일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문을 열고 내다보면 어디에나 풀밭이요 숲이었기 때문입니다. 집을 둘러싸고 온통 풀밭이면서 숲인데, 굳이 집안에 그릇을 따로 두어 꽃을 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철마다 다른 꽃을 만나면서 즐거웠고, 달마다 다른 풀과 잎을 마주하면서 기뻤습니다. 철마다 다른 나물을 캐면서 즐거웠고, 달마다 다른 남새를 거두면서 기뻤습니다.


  이제 도시에서는 어느 집에서나 꽃그릇을 둡니다. 흙이 숨쉬는 빈터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스스로 흙내음을 맡고 흙빛을 보고 싶기에 꽃그릇을 둡니다. 흙내음을 못 맡고 흙빛을 못 볼 적에는 사람다운 기운을 지키기 어렵다고 느껴, 이제 도시에서는 누구라도 꽃그릇 하나쯤 집안에 두려고 합니다.




.. 도깨비들은 저마다 가져온 것들을 돌조각 속에 잘 간직했어요 ..  (14∼15쪽)



  공원은 흙이 싱그럽게 숨쉬는 곳이어야 아름답습니다. 공원을 두는 까닭은, 엄청나게 몰려들어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안 미치도록’ 할 뜻이기 때문입니다. 공원 한 뼘조차 없이 시멘트 건물만 빽빽하면 어찌 될까요? 최첨단을 달린다는 건물이라 하더라도, 빽빽한 건물만 가득한 곳은 감옥하고 같아요. 풀이 없고 나무가 자라지 않는 곳은 사람들 누구나 사람다움을 잃으면서 바보가 되도록 내모는 감옥이라고 할 만합니다.


  학교 운동장에는 플라스틱 잔디를 깔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라도 ‘흙으로 된 땅’을 밟고 걷거나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흙내음을 맡아야지요. 비가 올 적에는 빗물이 흙땅을 튀기는 소리를 듣고, 흙땅에 빗물이 고이면서 풍기는 흙내음을 맡아야 합니다. 그저 흙뿐인 운동장인데, 이곳에 풀씨가 날아들어 온갖 풀이 자라는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아무도 안 심었지만, 갖가지 풀이 싱그럽게 돋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도 어른도 푸른 생각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해 보셔요. 지구별에 풀과 나무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별에서 숲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별이 모두 도시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별에서 숲과 멧골을 밀어붙여 고속도로와 골프장과 발전소만 끝없이 만들면, 관광단지와 호텔과 놀이기구와 아파트만 자꾸 만들면, 이런 지구별은 얼마나 끔찍한 감옥이 될까요?


  숲이 있어야 숨을 쉽니다. 숲이 있어야 밥을 얻습니다. 숲이 있어야 집을 지을 나무를 베어서 쓸 수 있습니다.




.. 도깨비들은 곧 깨달았어요. 해는 하늘이 없으니까 떠 있을 곳이 없고, 하늘은 땅이 없으니까 있을 데가 없고 ..  (19∼21쪽)



  사라 다이어 님이 빚은 그림책 《세상을 훔쳐간 꼬마 도깨비들》(달리,2004)을 읽습니다. 꼬마 도깨비는 여느 때에는 돌조각에 깃들어 지내는데, 아침마다 돌조각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바라본대요. 해와 구름과 들과 숲과 바다를 바라보면서 참으로 아름답다고 노래한대요.


  어느 날 꼬마 도깨비들은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한 가지를 돌조각으로 가져간대요. 이리하여 지구별을 꾸미던 아름다운 것은 모두 사라지는데, 돌조각에 들어온 해와 바다와 흙 모두 제 빛을 잃는다지요. 혼자만 있을 수 없다지요.




.. 도깨비들은 큰맘을 먹고, 가져온 것들을 모두 제자리에 갖다 놓았어요 ..  (26∼28쪽)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무엇을 쓰고, 무엇을 다루는 목숨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장난감으로 삼을까요? 어른들은 이녁 집에 무엇을 건사할까요?


  오늘날 사회에서는 돈을 아주 크게 여깁니다. 저마다 돈을 벌려고 힘씁니다. 돈을 더 벌어서 은행계좌에 꽁꽁 모셔 둡니다. 돈을 꽤 많이 벌었어도 이웃과 나누지 않습니다. 책을 꽤 많이 장만했어도 이웃과 함께 읽지 않습니다. 지식을 꽤 많이 갖추었어도 이웃과 주고받지 않습니다.


  어느 때에 아름다울까요. 어느 때에 즐거울까요. 어느 때에 사랑스러울까요. 꼬마 도깨비들은 뒤늦게 깨달은 뒤 모두 제자리에 두었대요. 꼬마 도깨비들은 뒤늦게 알아차린 뒤 두 손을 말끔히 비웠대요. 꼬마 도깨비들은 두 손에 아무것도 안 쥐었대요. 꼬마 도깨비들은 ‘내 것’을 하나도 안 두고 그저 기쁘게 웃으면서 바라본대요.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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