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풀벌레가



  아주 작은 풀벌레가 내 왼팔등에 앉는다. 응? 넌 어디에서 왔니? 어디로 가려고 이곳에 내려앉아서 볼볼 기어다니니. 가만히 들여다본다. 몸이 온통 풀빛인 풀벌레이다. 이 아이한테 이름을 붙인 풀학자는 있을까. 이렇게 자그마한 풀벌레를 아끼거나 사랑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내 왼팔등을 가로지른 풀벌레는 내 왼주먹에 닿으니 멈춘다. 날개를 비빈다. 몸을 꼰다. 이윽고 날개를 펴더니 하늘로 피잉 날아오른다. 이야, 너는 어디로 가려 하니? 너는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니? 너는 하늘을 날며 무슨 꿈을 꾸니? 너는 하늘에서 어떤 눈빛으로 우리를 내려다보니? 4347.7.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