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라페스타 알라딘 책방



  곁님 어버이와 동생들은 경기도 일산에 산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이모부 삼촌을 보고 싶어 경기도 일산으로 온다. 두 아이 이를 고칠 적에도 경기도 일산으로 온다. 이를 고친 뒤 아이들이 놀고 싶다는 바람을 들어 주려고 이래저래 놀이터를 찾다가 라페스타라는 데에 온다. 이쪽에 뽕뽕이 놀이기구가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 낮에도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살짝 책방을 들른다. 라페스타라는 데에 책방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알라딘 책방이 몇 해 앞서 문을 열었다. 책을 한두 권 구경해서 집어들더라도, 나로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쉼터이다. 아이들 오줌도 누이고 그림책 한 권과 만화책 두 권을 고른다.


  책방이란 어떤 곳일까. 책방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책방은 마을에서 어떤 몫을 할까. 아이들을 헤아려 책방을 꾸미거나 보듬는 어른은 얼마나 있을까.


  예부터 시골에서든 서울(도시)에서든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데가 ‘사람내음이 고소하게 풍기는 아름다운 삶터’라 했다. 그런데, 오늘날 시골에서나 서울에서나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기 어렵다. 전철이나 버스나 기차에서 아이들이 하하 호호 깔깔 낄낄 웃고 뛰놀려 하면, 어른들은 이맛살이나 눈살부터 찌푸린다. 공공기관이나 학교 같은 데에서 아이들이 달리거나 뛰려 하면, 어른들은 큰목소리부터 낸다.


  아이들은 어떡해야 하나. 아이들은 동네 골목길마저 없다. 아이들은 아파트 놀이터조차 너무 좁다. 마음껏 달릴 곳도, 신나게 연을 날릴 곳도, 구슬을 치거나 금긋기놀이를 할 만한 곳도 없다. 한참 놀다가 낯이나 손발을 씻을 냇가도 없고, 한참 놀다가 다리를 뻗으며 폭 주저앉을 풀밭이나 나무그늘도 없다. 웬만한 길바닥은 어른들이 술을 마시다 얹혀서 게운 자국이 또렷하고, 어른들이 뱉은 침과 어른들이 버린 쓰레기가 그득할 뿐 아니라, 자동차가 끊임없이 달린다.


  복닥복닥 웃음소리와 노래가 흐르는 책방이나 도서관이 생길 수 있기를 빈다. 아이도 놀고 어른도 노래하는 ‘삶마당’답게 나무가 있고 냇물이 흐르는 동네와 마을이 퍼질 수 있기를 빈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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