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책’과 ‘관심 대통령’과 ‘10종 등급’
군부대에서 젊은이가 총을 손에 쥐고는 이웃 젊은이를 죽였다. 군부대라는 곳은 이럴 수밖에 없다. 군부대는 젊은이 손에 총을 쥐어 주고는 ‘적군을 죽이는 훈련’을 시키기 때문이다. 총을 손에 쥔 젊은이한테는 이녁을 괴롭히거나 못살게 구는 사람이 ‘적군’이다. 누가 적군이겠는가?
우리들은 책을 읽는다. 우리가 읽는 책을 가리켜 ‘관심 책’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읽는 ‘관심 책’은 그야말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돌본다. 따사로운 손길로 어루만지고, 즐거운 눈빛으로 마주한다.
군부대에 있다는 ‘관심 사병’은 어떤 사람일까. 아주 마땅히 이 아이들은 사랑받을 목숨이다. 이 젊은이들은 보살핌을 받으면서 아낌을 받아야 할 숨결이다.
한자말 ‘관심(關心)’은 무엇을 뜻할까?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뜻풀이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으로 나온다. ‘주의(注意)’란 또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함”을 뜻하고, ‘조심(操心)’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을 뜻한다. 돌림풀이로 나온 엉터리 말풀이로구나 싶은데, 이러구러 살피면, ‘관심 사병’이란 ‘지켜볼 사병’이요, ‘알뜰히 살펴보는 사병’이며, ‘사랑스레 마주할 사병’이다. 마음을 기울여 따사롭게 보듬을 사병인 셈이다.
가만히 보면,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 되는 이들은 으레 ‘관심 대통령’이다. 그냥 대통령이란 없다. 우리들이 지켜보거나 아끼거나 사랑할 대통령이 있을 뿐이다. 다만, 대통령 자리에 있는 이들이 썩 아름답지 못하며 그리 사랑스럽지 못할 뿐이다. 그러니까, 사랑스럽지 못한 대통령이니까 앞으로 사랑스러운 길을 걸어갈 수 있게끔 우리가 지켜본다고 할까.
생각해 보라. 대통령 자리에 있는 그분께서 총칼을 마구 휘두르면 어찌 되는가? 대통령 자리에 선 그분께서 경찰과 검찰과 전투경찰 따위를 부려서 이 사회를 시커멓게 휘감거나 짓밟으면 어찌 되는가? ‘관심 대통령’께서 우리한테 총질을 하지 못하게끔 잘 ‘지켜보’면서 살살 어루만지고(?) 달래야(?) 할 노릇이다.
그나저나 참 궁금하다. 왜 ‘관심 사병’이라는 이름을 쓸까? 막상 그 젊은이를 따사롭게 보듬거나 사랑스레 어루만지지도 않을 생각이면서, 왜 이런 이름을 쓸까? 더욱이, ‘관심 사병’이 되는 아이들은 A등급과 B등급과 C등급으로 나뉜다. 언론보도에는 안 나오지만, 군부대에서는 D등급과 E등급도 있다. D등급이란 ‘안전한 사병’이요 E등급이란 ‘걱정 없는 사병’이다. 군부대에서는 ‘안전하다’거나 ‘걱정 없다’는 아이들한테도 등급을 똑같이 붙인다. 그러니까, 고깃집에서 고기 등급을 나누듯이, 군부대에서는 젊은이들을 등급으로 나누어 숫자(군번)로만 바라보고 다룬다.
한편, 군대에는 또 다른 등급(숫자)이 있다. 이른바 ‘10종 등급’이다. 군대 보급품을 열 가지 등급으로 나누어서 가른다. 1종 등급에 드는 보급품을 잃거나 망가뜨리면 엄청나게 죄값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1종부터 10종으로 가른 등급에서 ‘10종 등급’은 바로 ‘사람’이다. 일반 사병이다. 그래서 군대에서 사람이 죽으면 개죽음이라고 한다. 군대에서 사람 목숨값은 개 목숨값보다 못하다. 군부대에 있는 개는 ‘9종 등급’이다. 사람(일반 사병)보다 외려 등급이 하나 높다.
군부대에서 대대장이 키우는 개는 대대장하고 계급이 같다. 군부대에서 행정보급관이나 중대장이 키우는 개는 행정보급관이나 중대장하고 계급이 같다. 그리고, 이들 개는 일반 사병보다 계급이 높다. 일반 사병은 전투식량을 먹지만, 간부들이 키우는 개는 ‘일반 사병한테 나오는 보급품에서 떼어낸 고깃살’을 먹는다.
책이란 무엇일까. 사람이란 무엇일까. 군대란 무엇일까. ‘총기 사고’란 무엇일까. 그리고 ‘대통령 그분’은 무엇일까. 4347.7.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