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61] 새끼 고양이 나들이
― 마을고양이가 새끼를 낳는 집
나즈막하고 여린 고양이 소리를 곧잘 들었지만, 이 소리가 새끼 고양이 소리인 줄 까맣게 몰랐습니다. 엊그제 낮에 풀숲 사이에서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면서 노는 모습을 보고는 비로소 알았어요.
며칠 앞서 밤에는 마당에 내려서서 달과 별을 보는데, 어미 고양이가 나를 보고 캬악 하고 소리를 냈습니다. 이 녀석이 네 집 아닌 우리 집에서 웬 캬악 소리인가 하면서 똑같이 캬악 하면서 마주 소리를 냈지요. 그때까지 몰랐지만, 새끼 고양이하고 밤마실을 나왔기에 새끼를 지키려는 마음에 캬악 했구나 싶었습니다.
아침과 낮에 새끼 고양이를 살몃살몃 만납니다. 우리 집 헛간에서 태어난 작고 가녀린 아이들은 햇볕을 쬐려 어미와 함께 나들이를 나오곤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면 헛간에서 조용히 있고, 우리 집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오면 한참 뒤에 천천히 마당으로 나옵니다.
빨래를 널다가 새끼 고양이를 만납니다. 빨래를 널며 조용조용 움직이니까, 풀숲에 있던 새끼 고양이는 나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진기를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마루문 여닫는 소리에 놀라서 숨어요. 하기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가 굳이 사진에 찍히고 싶겠습니까.
여러 날 풀숲 너머로 새끼 고양이를 지켜보며 생각합니다. 우리 집 헛간이나 뒤꼍 풀숲에서 먹고자는 마을고양이는 우리 식구가 옆을 지나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우리 식구를 두려워 하지 않고, 우리 식구도 마을고양이를 해코지할 일이 없습니다. 서로 알맞게 떨어진 채 한마을에서 살고, 또 한집에서 지냅니다. 새끼 고양이가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면 이 아이들도 우리 마을과 우리 집에서 지낼까요? 아니면 다른 마을이나 다른 집을 찾아서 떠날까요? 4347.6.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