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449) 무리 1 : 해결책이란 무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됐다. 문제는 공장 안에서 일어났는데 공장 밖에서의 해결책이란 무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이 행동할 수 있을만큼 청년회가 독자적 활동을 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았다

《청춘 1집》(공동체,1985) 15쪽


 공장 밖에서의 해결책이란 무리이기

→ 공장 밖에서 실마리를 찾기란 어렵기

→ 공장 밖에서 풀이법을 찾기란 힘들기

→ 공장 밖에서 풀 길을 찾기란 벅차기

→ 공장 밖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없기

 …



  어려운 일이 있어요. 힘든 일도 있습니다. 어려운 일은 ‘어렵’습니다. 힘든 일은 ‘힘듭’니다. 벅차다 싶으면 ‘벅차’겠지요. 어느 때에는 까마득하거나 아찔합니다. 어느 때에는 힘겹거나 힘에 부칩니다.


  한자말 ‘무리(無理)’는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거나 정도에서 지나치게 벗어남”을 뜻한다고 합니다. 예전 한국말사전에서는 ‘무리’를 “하기 곤란함”으로 풀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곤란(困難)’도 한자말이고, 이 낱말은 “사정이 몹시 딱하고 어려움”을 뜻해요. 그러니까, 한자말 ‘무리 = 어려움’인 셈입니다.


  글흐름에 따라 ‘억지’나 ‘어거지’ 같은 낱말을 넣을 수도 있어요. “그건 내 능력으로는 무리이다” 같은 글월은 “그 일은 내 힘으로는 못 한다”라든지 “그 일은 내 힘이 닿지 않는다”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같은 글월은 “그렇게 성을 낼 만도 하다”라든지 “그렇게 성을 내는 일도 잘못이 아니다”처럼 손볼 만합니다. 4335.2.16.흙/4347.6.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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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풀리지 않은 까닭은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공장에서 일어났는데 공장 밖에서 실마리를 찾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이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청년모임이 제힘으로 씩씩하게 서지 못한 듯했다


‘문제(問題)’는 이 글에서 그대로 둘 만하지만, ‘이 일’이나 ‘일’이나 ‘그 일’로 손볼 수 있습니다. “해결(解決)되지 않는 것은”은 “풀리지 않는 까닭은”이나 “풀지 못하는 까닭은”으로 손보고, “당연(當然)한 것으로 생각됐다”는 “마땅하다고 생각했다”로 손보며, “공장 안에서 일어났는데”는 “공장에서 일어났는데”로 손봅니다. “공장 밖에서의 해결책(解決策)이란”은 “공장 밖에서 풀 길을 찾기란”이나 “공장 밖에서 실마리를 찾기란”으로 손질하고, ‘행동(行動)할’은 ‘움직일’로 손질하며, ‘청년회(靑年會)’는 ‘청년모임’이나 ‘젊은이 모임’으로 손질해 줍니다. “독자적(獨自的) 활동(活動)을 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았다”는 “홀로 서지 못한 듯했다”나 “씩씩하게 굴러가지는 못한 듯했다”나 “제힘으로 씩씩하게 서지 못한 듯했다”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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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5) 무리 2 : 무리예요


사실 아직 변신도 못해서 사람 사는 곳에 가기는 무리예요

《배유안-분황사 우물에는 용이 산다》(파란자전거,2010) 18쪽


 사람 사는 곳에 가기는 무리예요

→ 사람 사는 곳에 가기는 어려워요

→ 사람 사는 곳에 가기는 힘들어요

→ 사람 사는 곳에는 못 가요

→ 사람 사는 곳에는 갈 수 없어요

 …



  어린이가 읽는 동화책에 ‘무리’ 같은 한자말을 써도 될까 헤아려 봅니다. 어린이한테 우리 어른들이 ‘사실’ 같은 한자말을 이음씨로 쓴다거나 ‘변신’ 같은 한자말을 들려주어도 될 만한지 생각해 봅니다.


  어른들한테는 이만 한 한자말은 제법 익숙하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어른들한테 익숙하다 할 만한 이런 한자말은 얼마나 쓸 만한지 궁금해요. 어른들은 언제부터 이 같은 한자말을 익숙하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합니다.


  어린이문학에 쓰는 말이든 어른문학에 쓰는 말이든, 언제나 먼 앞날을 내다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먼 앞날과 오늘을 바라보고, 지난날 흐름을 나란히 살피면서 가장 아름답고 맑게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6.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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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직 몸을 바꿀 줄 몰라서 사람 사는 곳에는 못 가요


‘사실(事實)’은 글 첫머리에서 이음씨처럼 넣었습니다. 이때에는 ‘그런데’나 ‘그렇지만’으로 손질해야 알맞습니다. “변신(變身)도 못해서”는 “몸을 바꾸지 못해서”나 “몸을 바꿀 줄 몰라서”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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