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81) 설옷


남주랑 경애가 설빔 자랑을 하면서 좋아하니까 어린 몽실이도 차츰 들뜨기 시작했다 … “몽실아, 넌 치마를 어떤 색깔로 하고 싶니?” 북촌댁은 몽실의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난, 설옷 없어도 돼요.”

《권정생-몽실 언니》(창작과비평사,1984) 62쪽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설옷’이라는 낱말은 안 나옵니다. ‘한가위옷’이라는 낱말도 안 나옵니다. ‘새옷’이나 ‘헌옷’이라는 낱말도 안 나옵니다. 그렇지만 ‘잔치옷’이라는 낱말은 나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온갖 옷을 입습니다. 예전에는 여러 가지 옷을 따로 갖추어 입지 않았습니다. 임금이나 양반이라면 여러 가지 옷을 입었을는지 모르지만, 시골사람은 일옷을 입을 뿐이었습니다.


 잔치옷 . 일옷 . 놀이옷 . 잠옷 . 설빔


  설을 맞이해서 새로 장만하는 옷을 가리켜 ‘설빔’이라 합니다. ‘빔’은 예부터 새로 차려서 입는 옷을 가리켰어요. 그래서, 한가위에 새로 장만하는 옷이 있으면 ‘한가위옷’이라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생일에 옷을 새로 장만한다면 ‘생일옷’이나 ‘생일빔’입니다. 돌을 맞이한 아기가 옷을 얻으면 ‘돌옷’이나 ‘돌빔’이 될 테고, 시집이나 장가를 가는 사람이 옷을 새로 장만하면 ‘혼례옷’이나 ‘혼례빔’이 됩니다.


  새로 짓는 옷이 아니더라도 설을 맞이해서 요모조모 손질하거나 기워서 새로 지은 옷 같은 느낌을 낸다면 ‘설옷’이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잠을 자면서 ‘잠옷’을 입듯이, 학교에 갈 적에는 ‘학교옷’이요, 나라나 겨레가 즐겨입는 옷이라면 ‘나라옷’이나 ‘겨레옷’입니다. 춤을 추면서 따로 갖추는 옷은 ‘춤옷’이 될 수 있고, 헤엄을 치며 갖추는 옷이라면 ‘헤엄옷’이 됩니다. 4347.6.2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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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랑 경애가 설빔 자랑을 하면서 좋아하니까 어린 몽실이도 차츰 들떴다 … “몽실아, 넌 치마를 어떤 빛깔로 하고 싶니?” 북촌댁은 몽실이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난, 설옷 없어도 돼요.”


“들뜨기 시작(始作)했다”는 “들떴다”나 “들뜬다”로 다듬고, ‘색(色)깔’은 ‘빛깔’로 다듬으며, “몽실의 눈치를”은 “몽실이 눈치를”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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