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6.10.
: 여름이로구나
- 아이들과 자전거를 달리면서 새삼스레 생각한다. 아, 여름이잖아. 여름이네. 이제 참말 여름자전거가 되는구나. 들길을 달릴 적에는 논마다 물이 그득한 모습을 본다. 낮에는 드문드문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는다. 어스름에는 차츰 소리가 높아지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찻길에서는 자동차에 밟혀 죽은 개구리를 더러 본다.
- 원산마을 앞을 지나갈 무렵 군내버스를 본다. 자전거를 달리다가 멈춘다. “벼리야, 저기 버스 있네.” “어디?” 아직 아이 눈에는 버스가 안 보인다. 그러다가 저 앞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버스를 느낀다. “아, 버스 있다! 보라야, 저기 버스야!” 군내버스는 우리 옆으로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다.
- 우체국에 닿아 소포를 부친다. 작은아이는 많이 졸렸는지, 우체국에 닿기 앞서 잠든다. 일어날까 싶어 살살 흔들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너는 폭 자렴. 우체국을 나와 가게를 들른 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린다. 동호덕마을 옆을 지날 무렵 큰아이가 “나 저 풀 꺾고 싶은데.” 하면서 툴툴거린다. “벼리야, 그 풀은 거기에만 있지 않아. 우리 집은 시골이야. 어디에나 있지.” 갑자기 자전거를 세울 수 없으니 천천히 빠르기를 줄여 ‘아이가 뜯고파 하는 풀’이 우거진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작은아이가 길게 하품을 한다. 자전거가 서니 작은아이도 잠을 깨나.
- 일곱 살 아이는 시멘트도랑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인다. “다리를 쭉 뻗으면 돼. 괜찮아. 안 빠지고 안 떨어져.” 큰아이는 살짝 더 망설이다가 다리를 뻗는다. 시멘트도랑 건너편에 발이 닫는다. 아무렴, 네가 못 할 만한 일을 하라고 시키겠니. 다리를 걸쳐서 풀을 한 포기 뜯는다. 하하 웃으면서 달려오더니 수레에 앉은 동생한테 먼저 건넨다. “자, 보라야, 너 가져.” 그러고는 다시 시멘트도랑에 다리를 쭉 뻗어 걸치고는 제 몫으로 하나를 뜯는다. 랄랄라 춤을 추며 샛자전거로 돌아온다. 샛자전거에 앉아 간지럼을 태우겠다면서 풀포기를 흔든다. 참말 재미난 여름이로구나. 자전거를 타기에도 놀기에도 좋은 여름이로구나.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