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6.22.

 : 자다가도 일어나는 자전거돌이



- 작은아이는 “자전거 타자!” 하고 부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졸다가도 눈을 번쩍 뜬다. 작은아이 자전거는 아직 수레라, 수레에 앉아서 바람을 쐬는 마실이지만, 수레에 앉아서 이웃마을 돌아보는 즐거움을 잘 안다. 큰아이도 어릴 적부터 수레에 앉아서 바람 쐬는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 대문을 활짝 열고 자전거를 고샅으로 내놓으면,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방방 뛴다. 둘이서 겨루기라도 하듯이 저 앞 논자락까지 달리고는, 마을 어귀까지 또 달린다. 이러고는 다시 집 쪽으로 달린다.


- 서재도서관에 들러 책을 옮겨 놓는다.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달린다. 어디를 가면 좋을까. 어디까지 달릴까.


- 엊저녁에 고흥으로 돌아왔다. 유월 17일에 두 아이는 어금니를 갈고 쇠를 박았다. 여러 날 일산과 인천을 거쳐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큰아버지하고 놀았고, 21일에 느즈막하게 고흥집에 왔다. 아이들도 퍽 고단한 티가 나지만 뛰놀면 새롭게 기운이 나는 듯하다. 면소재지에 닿으니 큰아이가 외친다. “놀이터 가요!” “배고프지 않니? 저녁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음, 그럼 세 개만 놀아요.” ‘세 개’는 뭔 소리일까. 집으로 가서 얼른 밥을 차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로 간다. 두 아이는 신난다. 미끄럼을 타고 시소를 탄다. 모래밭에서 콩콩 뛴다. 너희한테는 밥보다 놀이가 더 좋을는지 모르겠다. 아니, 너희한테는 밥보다 놀이가 더 좋겠지. 놀면 배고프지 않고, 놀면 새 힘이 솟겠지.


- 작은아이는 꽤 배고플 텐데 씩씩하게 잘 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잠든다. 큰아이도 배고플 테지만 잘 놀았는지 배고픈 티를 내지 않는다. 집에 닿아 큰아이더러 낮에 남긴 밥을 먼저 먹으라 이르고는 새 밥을 차린다. 작은아이는 안아서 방에 눕혀도 깨지 않는다. 살짝 눈을 뜨고는 “내 (장난감) 자동차.” 하고 한 마디 하더니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작은아이가 잠에서 깨면 바로 밥을 먹일 수 있도록 밥상을 꾸린다. 나는 땀을 훔치면서 씻고 빨래를 한다.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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