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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공명
지율 스님 지음 / 삼인 / 2005년 11월
평점 :
알라딘에서는 <모래가 흐르는 강> 영화를 내려받을 수 없습니다. 다른 데에서도 없고, 예스24 한 군데에서만 내려받기가 됩니다. 안타깝지만, 한 군데라도 있으니, 그곳에서 내려받기를 하셔서 '참과 거짓을 알아보는 눈'을 기르시면 좋겠습니다. 지율 스님 책이 널리 읽히고, 제대로 읽히기를 바라면서 <초록의 공명>이라는 책에 이 영화비평을 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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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흐르는 강
2013
마음을 닦던 스님이 밥을 굶으면서 싸웠다. 밥을 끊고 물조차 마시지 않으면 스무 날이나 서른 날을 버티기 힘들다고들 말하지만, 밥과 물을 모두 끊은 스님은 백 날이 넘도록 살았다. 스님은 어떻게 살았을까. 스님은 어떻게 안 죽었을까. 스님 한 분은 ‘죽을 마음’이 없었다고 느낀다. 스님 한 분은 우리한테 ‘이야기를 들려줄 마음’이 있었다고 느낀다. 우리와 함께 오랜 나날 살아온 숲이 앓는 소리를 들으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고, 우리와 함께 서로 아끼고 사랑하던 냇물이 아파하는 소리를 들으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느낀다.
스님 한 분은 2004년에 《초록의 공명》이라는 글책을 선보인다. 2010년에는 《낙동강 before and after》라는 사진책을 작게 선보인다. 마음을 닦으며 살려고 하던 스님은 어느새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된다. 스님한테 찾아오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냇물이 스님한테 말을 걸고 숲이 스님한테 말을 건다. 풀잎이, 벌레가, 작은 짐승이 스님한테 말을 건다. 스님은 이 모든 소리를 귀여겨들은 뒤 글과 사진으로 엮는다. 그리고 영화를 찍어 2013년에 〈모래가 흐르는 강〉을 선보인다.
스님이 쓴 글을 담은 책은 아직 새책방에 있다. 스님이 찍은 사진을 담은 책은 조금만 찍어 새책방에서는 안 다루는 책이 되었다가 사라졌다. 스님이 찍은 영화는 0원이 있으면 언제라도 내려받아서 볼 수 있다(http://vod.yes24.com/MovieContents/MovieDetail.aspx?did=M000043941). 스님이 한 일을 놓고 ㅈ신문이 비틀린 거짓을 일삼았기에 ‘1원 소송’을 건 적이 있다. 이에 앞서 ‘10원 소송’을 건 적이 있고, 10원 소송에서는 이겨서 ‘10원을 ㅈ신문한테서 받았’으나, 뜻밖에 1원 소송에서는 졌다(이에 항소를 했다). 법원은 왜 이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 ㅈ신문은 왜 이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닫을까.
생각해 보면, ㅈ신문뿐 아니라 법원에다가 대통령과 온갖 정치인과 지식인은 귀를 닫고 눈을 감는다. 풀과 나무가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여는 정치인이나 지식인은 얼마나 되는가. 숲과 냇물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활짝 여는 ‘여느 회사원’이나 ‘여느 학생’이나 ‘여느 한국사람’은 얼마나 있는가.
냇물에는 모래가 흘러야 마땅하다. 냇물에 시멘트가 흐르면 모두 죽는다. 냇물은 모래밭에서 흘러야 깨끗하다. 냇물이 시멘트바닥에서 흐르면 모두 죽는다. 그런데, 남녘나라 모든 냇물과 가람과 시내는 시멘트로 덮이고 말았다. 이를 끔찍하다고 느끼는 한국사람이 참 드물다. 새마을운동 바람이 독재정권 군화발과 함께 휘몰아쳤을 적에, 모두들 풀지붕을 없애고 석면지붕을 올렸다. 이제 석면지붕은 나라에서 돈을 들여 거두어들이고 없앤다. 오늘날 온갖 곳에 퍼붓는 시멘트를 앞으로 서른 해쯤 뒤에 어떻게 할는지 생각해야 한다. 생각해야 살고,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 뒷사람한테 어떤 바보짓을 했는지 땅을 쳐도 한참 늦다.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은 누구라도 0원이 있으면, 그리고 마음이 있으면, 언제나 볼 수 있다. 4347.6.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