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5. 무지개가 흐르는 사진
우리 삶에는 언제나 무지개가 흐릅니다. 누군가는 무지개를 잘 느끼고, 누군가는 무지개를 못 느낍니다. 무지개를 늘 생각하면서 살기에 어디에서나 무지개를 만나고, 무지개를 생각한 적이 없기에 우리 곁에 무지개가 돋아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잘 살펴보셔요. 봄에 봄꽃이 피었어도 못 알아차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유월에 밤꽃이 피거나 아왜나무꽃이 피었어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요. 값비싸다는 자동차가 지나갈 적에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고 못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어요. 고무신을 신은 할매가 지나갈 적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못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요. 아리땁다는 아가씨가 지나갈 적에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고 못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어요.
왜 어느 한 사람은 알아보지만, 왜 어느 한 사람은 못 알아볼까요? 왜 어느 한 사람은 바로 느끼지만, 왜 어느 한 사람은 하나도 안 느낄까요?
사진을 찍는 실마리는 ‘알아차리는 눈빛’과 ‘알아보는 눈매’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아차리자면 마음에 있어야 합니다. 알아보자면 마음에 담아야 합니다. 가난하건 가멸차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내 삶을 무지개빛이라 여기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무지개를 봅니다. 스스로 내 삶을 잿빛이라 여기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잿빛을 봅니다.
흑백필름으로 찍더라도 ‘해사한 빛이 눈부시구나’ 하고 느끼는 사진을 얻는 사람이 있습니다. 칼라필름으로 찍더라도 ‘어두컴컴한 빛이 짙구나’ 하고 느끼는 사진을 얻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요?
스스로 가꾸는 삶에 따라 사진이 바뀝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삶에 따라 사진이 거듭납니다. 사진기 다루는 재주를 익힌다고 해서 사진이 바뀌지 않습니다. 사진파일을 만지는 솜씨를 키운다고 해서 사진이 거듭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바뀔 때에 사진이 바뀝니다. 생각이 거듭나도록 가꿀 적에 비로소 사진이 거듭납니다.
어떤 무지개를 어디에서 보고 싶은가 하고 마음에 담으셔요. 어떤 빛을 어디에서 누리면서 살고 싶은가 하고 마음에 씨앗을 심으셔요. 생각이 말을 낳고 말이 삶을 낳습니다. 삶은 이야기를 낳고 이야기는 마음에 깃들면서 새로운 생각을 낳습니다. 곱게 흐르는 물결 사이에서 사진이 가만히 고개를 내밀면서 빙긋 웃습니다. 4347.6.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