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치과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다녀온다. 두 아이는 첫 치료를 받는다. 썩은 곳을 긁어내고 쇠붙이를 덮는다. 작은아이는 이를 고치는 동안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고, 이내 코를 살짝 골면서 잔다. 네 살 아이는 저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기에 가만히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을까. 이를 거의 다 고칠 무렵 다시 눈을 뜬다. 잠에서 깨어났는데 아직 치료가 안 끝나니 아이 가슴이 빠르게 뛴다. 왼손을 아이 가슴에 대고 오른손으로 아이 이마를 쓸어넘긴다. 곁님이 말한 대로 ‘파란 거미줄’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네 이는 튼튼해. 네 몸은 튼튼해.’와 같은 말을 아이 마음에 심는다. 일곱 살 큰아이는 곁님이 곁에서 지켜보고 돌보면서 첫 치료를 마친다. 둘 모두 씩씩하게 첫 치료를 받는다. 이날 치료값은 47만 원. 앞으로 세 차례 더 치료를 받아야 하니 돈이 더 들 테지.
힘이 많이 빠진 아이들을 달래며 치과에서 나온다. 나도 꽤 어릴 적에 치과에서 이를 고쳤다. 썩은 데를 갉아내고 쇠붙이를 이에 심었다. 그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되새겨 본다. 그리고, 내가 어릴 적에 헤아리지 않던 한 가지를 새롭게 헤아려 본다. 우리 어머니는 나와 형 이를 고치느라 치료값을 톡톡히 치르면서 살림을 어떻게 꾸리셨을까. 꽤 목돈을 들여야 했을 텐데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코가 무척 안 좋아서 치과뿐 아니라 이비인후과도 거의 날마다 다니곤 했다. 우리 어머니는 이녁 작은아이(나)를 날마다 병원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치료값을 어떻게 대면서 살림을 꾸리셨을까.
어린 나는 ‘돈 걱정’이나 ‘돈 생각’을 한 일이 없다고 느낀다. 어제 치과에서 첫 치료를 받은 두 아이도 ‘돈 걱정’이나 ‘돈 생각’을 할 일이 없으리라 느낀다.
오직 한 가지에만 마음을 쏟기로 한다. ‘이 튼튼 몸 튼튼’ 한 마디를 아이들한테 들려준다. 나도 스스로 이 말을 곱씹는다. 길을 거닐며, 저녁에 자면서,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며, 하루 내내 뛰논 아이들 옷가지를 빨며, 지난 하루 이야기를 글로 갈무리하면서, 이 말을 자꾸자꾸 되새긴다. 4347.6.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