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를 떠올린다고 읊는 비평



  ‘아무개’ 시를 읽으면서 ‘기형도’를 떠올린다고 읊는 비평을 읽다가 생각한다. 이 비평을 읽을 ‘시인’은 기쁠까. ‘아무개’ 시인더러 ‘기형도’ 시인 내음이 흐른다고 읊는 비평은 아무개 시인한테 어떤 ‘말’이 될까.


  ‘아무개’가 쓴 시를 읽었으면 ‘아무개’를 이야기하고, ‘아무개’가 품은 넋과 꿈과 빛과 사랑을 이야기해야 옳지 싶다. 아니, 아무개가 쓴 시를 읽었으니 아무개가 노래한 삶을 길어올려서 펼쳐야 맞겠지.


  그러나, 모르리라.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된장찌개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소고기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 그러면, 거꾸로 ‘기형도’를 읽으면 ‘아무개’가 떠오른다고 할 만할까. 또한, 거꾸로 이처럼 읊는 말은 죽은 시인한테 ‘산 아무개’ 시인이 어떤 빛으로 다가서는 셈일까.


  어린이문학을 일군 이원수 님 문학을 읽으면 이원수 냄새가 흐른다고 느낀다. 권정생 님 문학을 읽으면 권정생 냄새가 흐른다고 느낀다. 임길택 님 문학을 읽으면 임길택 냄새가 흐른다고 느낀다. 너무 마땅하다. 문학비평을 하는 이들이 시를 더 찬찬히 마음으로 읽은 뒤, 찬찬히 마음으로 느낌글을 쓸 수 있기를 빈다. 4347.6.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