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과 '자취'는 얼마나 다를까요. 이런 낱말을 갈라서 쓰는 한국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이제는 한자말 '흔적' 아니고는 쓸 줄 모르는 한국사람이 되지 않았을까요.
아이들한테 물려줄 한국말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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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발자취·자국·자취
→ ‘발자국’은 발로 만든 자국이고, ‘발자취’는 발로 만든 ‘자취’예요. 발자국과 발자취는 우리가 지나온 나날이나 삶을 빗대는 자리에 흔히 쓰곤 합니다. 그리고, ‘발자국’은 발로 밟아서 생긴 모양을 가리키며, ‘발자취’는 발로 밟고 지나가면서 생기는 모양이나 소리를 가리켜요. 쓰임새가 살짝 다릅니다. ‘자국’은 무엇인가 닿거나 묻으면서 생기는 모양을 가리킨다면, ‘자취’는 무엇인가 있는 동안 만드는 어떤 자리를 가리켜요.
발자국
1.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
- 갯벌에 난 발자국을 보며 누구인지 알아볼까
-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새와 고양이가 지나간 발자국이 마당에 있다
- 보송보송한 흙길을 걸어가니 내 발자국이 생긴다
2. 한 발을 떼는 걸음
- 옆으로 두 발자국만 가면 되겠어
- 너하고 나 사이는 열 발자국만큼 떨어졌구나
3. 지나온 나날이나 삶
- 어젯밤에는 어머니가 걸어온 발자국을 차근차근 들었다
- 우리 할아버지가 걸어온 발자국이 이 책에 담겼다고 해
발자취
1. 발로 밟고 지나갈 때 남는 자취나 소리
- 발자취가 없이 조용히 걸으면서 하늘을 본다
- 네가 발자취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어
2. 지나온 나날이나 삶
- 나도 내 발자취를 가만히 헤아려 보았습니다
- 할머니는 여든 해를 살면서 어떤 발자취를 남기셨을까요
자국
1. 다른 것이 닿거나 묻어서 생기거나 달라진 자리
- 유리창에 빗물 자국이 남았어
- 책을 읽은 자국이 없는데, 읽기는 있었는지 모르겠네
- 힘을 주어 꾹꾹 눌러서 썼는지 네 글씨 자국이 뒤에 있다
2. 다친 곳이나 부스럼이 생겼다가 다 나아서 사라진 자리
- 여드름이나 사마귀는 자꾸 건드리면 안 없어지고 오히려 자국만 남는다
- 자주 넘어져서 무릎에 성할 날이 없더니, 이제는 아무 자국이 없다
- 내 손등에는 뜨거운 물에 덴 자국이 있어
3. = 발자국 1
- 논에 들어가 모를 심으면 내가 지나간 데마다 자국이 생긴다
-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이 소복소복 쌓여서 자국을 만들며 걸었어요
4. 무엇이 있었거나 지나가거나 겪은 뒤에 생긴 느낌이나 이야기
- 그때 그 일은 나한테 크게 자국이 되었어
- 처음 본 반딧불이는 내 마음에 커다란 자국으로 남았어
자취
1. 어떤 것이 있거나 생긴 동안 만든 자리
- 어제 온 손님은 새벽에 아무 자취도 없이 떠났다
- 댐이 들어서면서 수많은 마을이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 저녁이 되자 낮에 북적거리던 사람들 자취를 찾을 길이 없다
2. 가거나 움직인 곳
- 토끼가 어디로 숨었는지 자취를 못 찾겠어
- 숨바꼭질을 하는데 동무들이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찾지 못하겠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