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어떻게 쓸 생각인가 (새 한국말사전)



  출판사에 넘기기로 했으나 한 달이 넘도록 마무리를 못 짓는 글이 있다. 게다가 이 글은 한 해를 더 품을 들여 써야 마무리를 지을 듯하다. 앞으로 이틀쯤 더 품을 들이면 비로소 ‘처음 생각하던 글에서 반토막’을 마무리짓는다. 생각보다 글이 무척 늘어나는데, 책 한 권으로 나올 부피에 맞추어 글을 자르거나 줄일 수 없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이 글은 여느 글이 아니라 ‘새로 쓰는 한국말사전’이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새롭게 밝히면서 가꾸도록 이끄는 글인 터라, 부피가 늘어난다면 늘어난 부피를 모두 책으로 담아야 한다고 느낀다.

  낱말마다 새롭게 풀이를 달면서 생각한다. 좀처럼 실마리를 못 찾겠다 싶어도 살짝 지나칠 수 없다.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생각을 거듭한다. 그동안 나온 온갖 한국말사전을 다시 들여다본다. 곁님한테 묻고 나 스스로 실타래를 찾으려고 한다.

  낱말풀이를 할 수 없는 낱말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 품은 생각 그대로 모든 낱말을 새롭게 풀이하는 길을 찾는다. 내가 스스로 달리 생각한다면, 그러니까, ‘낱말풀이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품는다면, ‘새롭게 낱말풀이를 붙일 수 없다’는 생각을 품는다면, 이 일을 못 하겠지. 그렇지만, 한국말사전은 꾸준히 새로 태어나야 한다. 낱말풀이를 더욱 쉽고 부드러우면서 또렷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돌림풀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말을 엉뚱하게 한자말로 바꿔치기하는 풀이를 해서는 안 된다. 한국말은 한국말로 풀어내어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환하고 밝게 알아차리도록 이끌어야 한다.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새롭게 배우는 기쁨을 누리도록 도와야 한다.

  ‘바탕’과 ‘바닥’이 어떻게 다른가를 살핀다. ‘밑바탕’과 ‘밑바닥’을 어떻게 달리 쓰는가를 헤아린다. 여러 날 머릿속에서 뒤엉키던 생각을 하나씩 풀면서 새 낱말풀이를 마무리짓는다. 즐겁다. 4347.6.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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