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어떤 곳일까. 오늘날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는데, 도시가 고향인 아이들한테 ‘고향’이라는 낱말은 무엇을 가리킬까.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어도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시골내음을 마시기보다는 도시내음을 그리다가 훌쩍 도시로 가서는, 설과 한가위가 아니면 시골을 그리지조차 않는 사람들한테 고향이란 무엇이 될까. 오늘날 한국에서는 99%에 가까운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아가는데, 아니 99.9%에 이르는 사람이 도시에 몰린 채 살아가는데, ‘고향’과 ‘시골’이라는 낱말은 어떤 뜻이나 느낌이 될까. 동요가 된 〈노을〉을 쓴 이동진 님이 빚은 그림책을 펼친다. 이동진 님은 이녁이 태어난 고향이나 시골이 아닌, 이녁이 어린 나날을 보냈음직한 고향이나 시골을, 또는 이녁이 젊은이나 어른이 되어 바라본 고향이나 시골을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라는 그림책에 담아서 보여준다. 새마을운동이 한창 퍼지는 모습이 물씬 드러나는 고향이요 시골 이야기가 드리우는 그림책인데, 이 그림책에 서린 빛은 어떤 노래가 되어 아이들 가슴으로 젖어들 만할까. 아니, 무엇보다 오늘날 아이들 마음속에 ‘노을’이나 ‘들판’이나 ‘바람’ 같은 낱말이 들어설 틈이 있을까. 오늘날 어른들은 노을이나 들판이나 바람 같은 낱말을 아이한테 들려줄 겨를이 있을까. 오늘날 한국사람은 노을이나 들판이나 바람 같은 낱말을 섞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기는 할까. 4347.6.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이동진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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