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공꽃 책읽기


  자리공꽃이 핀다. 우리 도서관 풀숲에 한 포기, 또는 한 그루 올라온다. 이 자리공은 어떻게 이곳까지 퍼졌을까. 바람 따라 씨앗이 날렸을까. 농기계나 짐차에 씨앗이 달라붙어 이웃 논으로 퍼졌다가, 다시 이곳까지 왔을까. 어느 모로 보면 생뚱맞다 싶은 데까지 퍼진 자리공이다. 이 아이는 앞으로 어찌 될까. 더 퍼질까. 더 번질까. 더 뻗을까. 아니면, 다른 풀이 자리공은 더는 기운을 내지 못하도록 휘감거나 덮을까.

  농약과 비료와 항생제를 어마어마하게 들과 숲에 퍼부은 지 쉰 해가 넘는다. 새마을운동이 휘몰아친 뒤부터 이 나라 시골이 무너진다. 새마을운동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는다. 독재정권 깃발을 나부끼던 이가 권력을 휘어잡다가 총알에 맞아 죽었으나, 이녁 딸이 커서 새롭게 대통령이 되면서 새마을운동 깃발은 더 기운차게 펄럭인다. 이 나라 시골에서 농약과 비료가 사라질 낌새는 보이지 않고, 석유 쓰는 기계에만 기대는 농업은 잦아들지 않는다.

  자리공을 베거나 자리공이 자라던 자리에 끔찍한 농약을 퍼붓는대서 자리공이 사라지지 않는다. 시골사람 스스로 흙일을 바꾸어야 자리공이 사라질 수 있다. 땀방울과 사랑을 흙에 담을 때에 이 땅에 걸맞을 풀이 자란다. 꿈과 노래를 들과 숲에 들려줄 적에 이 땅에 알맞을 풀이 돋는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자리공꽃에 앉아 볼볼볼 기면서 꽃가루를 먹는다. 무당벌레한테는 새삼스럽다 싶은 꽃가루맛일 테지. 4347.6.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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