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지를 끌고 숲집을 떠난 아재는 열흘 동안 소와 함께 걷는단다. 열흘에 걸쳐 천천히 숲길을 걸어 이 마을 저 마을 지나간 아재는 비로소 읍내에 닿고, 읍내에서 온갖 것을 내다 판다. 달구지에 잔뜩 실은 모든 것을 팔고, 달구지와 소까지 판다. 그러고 나서 깊디깊은 숲집에서 쓸 몇 가지 연장과 사탕 한 꾸러미를 산다. 이뿐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달구지를 끌고 도시로 마실길을 나선 아재는 굳이 도시로 갈 일이 없다. 애써 도시로 나가야 하지 않는다. 달구지를 끌고 열흘을 걸어 바깥마실을 하고는, 다시 열흘을 걸어 숲집으로 돌아온 까닭은, 이웃과 숲바람을 나누면서 푸른 숨결을 널리 씨앗처럼 퍼뜨리고 싶기 때문이지 싶다. 바늘과 칼쯤 얼마든지 손수 만들 수 있지만, 여러 이웃을 만나고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 한 해에 한 차례 스무 날에 걸쳐 천천히 마실을 하는구나 싶다. 스스로 삶을 짓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고운 빛이 된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 달구지를 끌고
도날드 홀 글, 바바라 쿠니 그림, 주영아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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