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번쩍 뜨게 했던 말



  올해 마흔 살이 되기까지 살며, 나한테 다가온 말이 늘 있습니다. 내 눈을 번쩍 뜨게 이끈 말이 늘 있습니다. 내가 들은 어떤 말이든 늘 내 눈을 번쩍 뜨게 했는데, 이 가운데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면서 바꾼 한 가지로, 스물다섯 살 적에 다가온 말이 있어요.


  “네가 하는 일이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


  스물다섯 살에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엄청나게 짜증이 일었으나 1분이 지나지 않아 부끄러움이 몰려들었고, 다시 1분이 지나고 나서 몸과 마음이 오롯이 차분할 수 있었어요. 그러고는 0살부터 25살까지 걸어온 길을 송두리째 바꾸기로 다짐했고, 참말 그날부터 나는 모든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습니다. 다만, 스물다섯 살 적에는 내 삶을 바꾸기는 했으나 그때 들은 그 말이 어떤 뜻인 줄 깨닫지는 못했어요.


  마흔 살 오늘, 나는 예전에 나한테 온 말을 찬찬히 곱씹습니다. 그리고, 오늘 내 모습이 어떠한 빛인가 하고 가만히 헤아립니다. 내가 하는 일이 틀리지 않지만, 맞지 않다면, 그러니까, 내가 바라보는 곳이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면, 내가 걷는 길이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면, 나는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할까요.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를 떠올리면, 아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꾸짖는 모습은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고 이야기할 만합니다. 이를테면, 아이가 손에서 놓쳐 접시를 깼을 적에 ‘너 이게 무슨 짓이니!’ 하고 꾸짖는 일은 틀리지 않습니다. 꾸짖을 만합니다. 그러나, 아이를 꾸짖는 일은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로서 접시를 깨뜨린 까닭이 있으니, 나는 이 까닭을 읽어야 할 뿐이거든요. 무엇보다, 아이가 접시를 깨뜨렸으면 아이가 다치지 않았나 하고 살피기도 해야 하니까, 아이를 꾸짖는 일은 어느 모로 보아도, ‘1차원이나 2차원으로 보아도’ 맞지 않습니다.


  나는 마흔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 말을 느끼고 깨달았기에 서운하거나 슬프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기쁘거나 놀랍지 않습니다. 나로서는 내가 느끼거나 깨달아야 할 말을 느끼고 깨달았을 뿐입니다. 오늘 아침은 “내가 하는 말은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 또는 “내가 본 것은 틀리지 않으나, 맞지 않다”를 되새기면서 엽니다. 나 스스로 참답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에 모든 마음을 쏟고, 나 스스로 착하게 보고 싶은 곳을 보는 데에 모든 기운을 바치며, 나 스스로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은 숨결을 마시는 데에 모든 넋을 기울이려 합니다. 4347.6.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빛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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