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퍼붓는 날 찾아온 선거공보물



  일요일에 피가 제법 많이 퍼부었다. 그런데 일요일에 선거공보물이 왔나 보다. 비가 그친 월요일 아침에 우체통을 보다가 깜짝 놀란다. 빗물에 불어 퉁퉁한 공보물꾸러미를 보고는, ‘아니, 얼마나 대단한 공보물이기에 비가 퍼붓는 날 돌렸대? 누가 돌렸대? 게다가 일요일에? 비 퍼붓는 날 이런 것을 돌리려면, 집안에 갖다 주어야 하지 않아? 무슨 짓이람?’ 하고 생각한다. 빗물에 퉁퉁 분 공보물꾸러미를 버릴까 하다가, 축축하게 들러붙은 종이를 하나씩 뗀다. 그러고는 빨랫줄에 집게로 집어 널고, 빨랫대에 펼쳐서 넌다. 볕이 좋아 한 시간쯤 지나니 바짝 마른다. 선거를 앞두고 저마다 이것저것 말하거나 외친다. 내로라하지 않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그렇지만, 마음이 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전라남도지사와 고흥군수와 전라남도 교육감과 전라남도 의원과 고흥군 의원을 뽑으라는데, 누구를 뽑아야 할까 아리송하다. 수도권이나 경상도는 어떠할는지 모르나, 전라도는 참 ‘빛이 안 보이는’ 사람들투성이로구나 싶다. 그야말로 깃발만 꼽으면 되는 데가 전라도인가. 비례대표를 뽑는다는 정당투표 후보로 고개를 내민 사람도 무언가 와닿지 않는다. 전라남도라는 시골에서 시골스러운 이야기를 꺼내거나 시골다운 정책을 말하는 사람이나 정당은 하나도 없다. 시골에서 농약을 어떻게 할는지,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 앞날을 어떻게 보는지, 앞으로 시골마을을 어떻게 가꾸려 하는지, 적어도 이 세 가지 생각을 슬기롭게 밝히는 사람이 참말 아무도 없다. 한국에서 지켜야 할 숲과 들과 바다와 냇물을 생각하거나 말하는 정당 또한 참말 한 군데도 없다. 전라남도에서 살아가는 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쓸 수 있는 ‘한 표 권리’가 아예 가로막혔다고 느낀다. 4347.5.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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