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 사진하는 임종진이 오래 묻어두었던 '나의 광석이 형 이야기'
임종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찾아 읽는 사진책 172



그리운 사람을 보여주는 사진

―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임종진 글·사진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2008.2.15.



  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하기도 하다가, ‘달팽이사진골방’을 열어 사진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임종진 님이 2008년에 내놓은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랜덤하우스코리아,2008)를 읽습니다. 떠난 김광석 님을 담은 사진과 함께 김광석 님을 그리는 글을 엮은 책입니다. 떠난 이를 놓고 이렇게 사진과 글을 엮을 수 있구나 하고 느끼는 한편, 책이 너무 무겁다고 느낍니다. 300쪽을 조금 넘는 책인데 많이 무겁습니다. 펼쳐서 보기에도 그리 안 좋습니다. 노래하던 김광석 님이 이렇게 ‘무거운’ 사람이었던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엮음새도 그리 내키지 않습니다. 사진 사이사이에 글을 넣은 엮음새라 할 수 있는데, 사진만 앞에 따로 그러모은 뒤, 노래하던 김광석 님을 그리는 글은 뒤쪽에 잔글씨로 묶으면 한결 나았으리라 느낍니다.


  떠난 이를 그리는 사진은 ‘초점도 잘 맞추고 흔들리지 않고 빛도 잘 맞추어’야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그저 사진 한 장이 있어 고마우면서 반갑습니다. 그예 사진 한 장을 바라보면서 애틋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왜냐하면, 이야기는 글을 붙이는 사람이 만들어 주지 않아요. 이야기는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이 스스로 길어올립니다. 노래하던 김광석 님은 사진하는 임종진 님한테도 애틋하겠지요. 그런데, 이 애틋함을 책으로 묶는다고 한다면, 임종진 님 혼자 품은 애틋함을 보여주기만 할 수 없어요. 임종진 님이 늘 말하듯이 ‘소통’이란, ‘내 것을 보여주기’에 앞서 ‘너와 내가 한 자리에서 같은 눈길로 따순 사랑을 속삭일’ 때에 이룬다고 느낍니다.


  책을 ‘무겁게’ 만들려 했다면 판을 키우는 쪽이 나았을 테고, 여느 판짜임으로 사진을 앉히려 했으면 종이를 가볍게 하는 쪽이 나았으리라 느낍니다. 이도저도 아닌 판짜임으로 무겁기만 하다 보니,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임종진 님은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를 내놓으면서 “함께 나눈 작은 소통의 근거물이기도 한 필름들은 형이 삶을 멈춘 지난 1996년 1월 이후 오래도록 벽장에 들어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의 노래들은 보낼 일이야 없지만, 그즈음 필름 안에 담긴 형의 얼굴을 다시 마주한다는 게 작지 않은 슬픔이기 때문입니다(5쪽).” 하고 말합니다. 아마 김광석 님 노래를 듣는 이들도 마음으로 슬픈 울림을 늘 느낄는지 몰라요. 그런데,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달라요. 김광석 님이 살아서 노래하던 때 노래를 듣던 어른이 아니라, 1990년대에 태어나거나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달라요. 2010년대에 태어나거나 2020년대에 태어날 아이들도 달라요. 이 아이들한테 김광석 님은 ‘꽤 먼 데 있는’ 사람입니다. 그저 노래로 만나는 이웃입니다.


  그리운 사람을 보여주는 사진은 어떤 빛이 될까요. 그리운 사람은 우리한테 어떤 넋이 될까요. 슬픔? 눈물? 기쁨? 웃음? 서운함? 고마움? 사랑? 미움? 무엇이 될까요.


  임종진 님은 “사진은 어떤 즐거움의 행위이고 또한 어떤 나눔의 형식을 통해 대상 자체와 소통의 기운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 첫 모델이 바로 광석이 형이었음을 이젠 스스로 인정합니다(6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김광석 님 사진을 꺼내어 책으로 묶는 동안 슬픔을 말하지만, 어느덧 즐거움을 다시 말합니다.


  그래요. 슬픔과 즐거움은 남남이 아닙니다. 한몸입니다. 낮과 밤은 한몸입니다. 꽃과 열매는 한몸입니다. 풀과 나무는 한몸입니다. 비와 바람은 한몸입니다. 흙과 모래는 한몸입니다. 사람과 벌레는 한몸입니다. 하늘과 땅은 한몸입니다. 해와 달은 한몸입니다. 모든 숨결은 서로 한몸입니다.


  남남이란 없어요. 파리가 없으면 지구별이 어떻게 될까요. 개미가 없으면 지구별이 어떻게 될까요. 새가 없거나 개구리가 없으면 지구별이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없으면 지구별이 무너질 일이 없다고들 하는데, 사람만 있기를 바라는 현대문명은 지구별을 어떻게 하는가요. 사람도 지구별에서 아름다운 숨결 가운데 하나로 있으면서, 다른 숨결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어야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김광석 님이 부르는 노래가 슬프거나 아프다 하더라도 슬픔과 아픔이지만은 않습니다. 슬픔과 아픔이면서 기쁨과 즐거움입니다. 눈물이면서 웃음입니다. 거꾸로, 웃음이면서 눈물이에요. 언제나 한몸으로 움직이는 삶을 노래합니다. 늘 한마음이 되어 사랑하는 숨결을 노래합니다.


  임종진 님은 “그는 공연 때마다 자주 하늘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무엇을 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종종 하늘 향한 그의 눈빛이 어느 곳으로 고이는지 궁금했습니다(7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임종진 님은 김광석 님을 사진으로 담으며 어떤 눈빛이거나 눈길이거나 눈높이가 되었을까 궁금합니다. 어디를 바라보면서 임종진 님 마음자리에 아름다운 빛을 담으려 했을까 궁금합니다.


  그냥 김광석이니까 찍은 사진인가요. 여러모로 자주 만나기에 찍은 사진인가요. 마음 깊은 데에서 우러나오는 노래에 맞추어 찍은 사진인가요. 따사로이 사랑하며 어깨동무하는 숨결로 찍은 사진인가요. 노래하는 사람을 노래하듯이 찍은 사진인가요. 노래가 들려주는 눈물과 웃음을 고루 섞으면서 찍은 사진인가요. 노래로 어루만지는 삶을 포근히 보듬으면서 찍은 사진인가요.


  김광석 님 몸뚱이는 이 땅에 없습니다. 그러나 김광석 님 노래는 언제나 이 땅에 있습니다. 김광석 님은 돈이라든지 이름이라든지 힘 따위를 남겼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김광석 님은 맑고 밝으면서 고운 노랫가락과 함께 이야기 한 자락을 남겼다고 느낍니다. 그러면, 김광석 님을 찍은 사진은 무엇을 책으로 갈무리해서 남긴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움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을 그리는 사진이고, 어떤 삶과 사랑을 그리는 노래일까요. 4347.5.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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