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마흔 해를 살아온 조정래 님은 《황홀한 글감옥》이라는 이야기꾸러미를 내놓는다. 이녁 삶 마흔 해를 버틴 글은 ‘감옥’일 뿐이었을까. 빗대는 말로 꺼낸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서운하기도 하고 그럴 만하구나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어떤 이는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살아온 마흔 해를 ‘흙감옥’이라 말할는지 모르니까. 그런데, 조정래 님이 쓴 이 책을 다룰 책방지기는 어떤 마음이 될까. 오늘날 한국에서 작은 책방은 거의 문을 닫았으나, 아직 씩씩하고 꿋꿋하게 한길을 걷는 책방이 많다. 이 가운데 마흔 해나 쉰 해 동안 책을 다룬 일꾼이 제법 있다. 이분들은 조정래 님 마흔 해 글삶을 담은 책을 책손한테 어떻게 팔까. 이 책을 다루는 마음은 어떠할까. 서울 낙성대에 있는 책방지기 한 분은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을 팔다가 피식 웃으면서 “지겨움? 니가 지겨움을 알아?” 하고 이야기한 적 있다. 지겨우면 글을 쓰지 말거나 책을 내지 말라는 뜻이다. 빗대는 말이라 하더라도 ‘감옥’이라면 이제는 글을 더 쓰지 말고, 스스로 홀가분하면서 훨훨 날갯짓하는 숲으로 찾아갈 일이 아닌가 하고 느낀다. 조정래 님이 ‘아름다운 글빛’이라든지 ‘사랑스러운 글나래’ 같은 이름을 쓰지 못한다면, 내가 앞으로 글삶 마흔 해를 누릴 무렵에 이런 이름, 아름다움과 사랑을 노래하는 기쁨과 웃음을 적어 보고 싶다.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