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2. 이야기 나누기



  삶이 그대로 사진이라고 했습니다. 기록은 사진이 아닙니다. 기록은 늘 기록일 뿐입니다. 사진을 바란다면 사진을 찍고 읽을 노릇입니다. 삶이 그대로 사진인 만큼, 삶을 찍으면 되고 삶을 읽으면 됩니다.

  기록을 하는 사진은 기록물이 됩니다. 기록을 하는 사람은 기록자입니다.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셔요. 기록자가 되고 싶은가요, 사진가로 살고 싶은가요.


  기록이 나쁘다고 느끼지 않아요. 기록은 기록대로 뜻이 있어요. 그리고, 사진은 사진대로 뜻이 있어요. 사진이 더 좋지 않으며, 기록이 더 나쁘지 않습니다. 저마다 뜻과 값이 있을 뿐입니다.


  사진을 찍으려 할 적에는 스스로 어떤 마음이거나 뜻이거나 생각인지 먼저 추스를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을 즐기려고 찍는 사진인지, 무언가 기록해서 남기려는 사진인지, 사랑하는 사람과 삶을 노래하려는 사진인지, 전시회를 열거나 작품집을 묶고 싶은 사진인지, 사진길 걸어가면서 사진가로서 돈을 벌고 싶은지, 찬찬히 돌아보면서 스스로 가닥을 잘 잡고 살필 노릇입니다.


  어느 자리에 서더라도 사진은 사진입니다.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예술은 예술입니다. 어느 자리에 놓더라도 기록은 기록이며, 삶은 삶입니다.


  암수 서로 살가운 제비 두 마리를 바라봅니다. 제비는 해마다 사월에 한국으로 찾아옵니다. 그러고는 예전 둥지를 손질한 뒤 오월에 알을 낳습니다. 유월에 새끼를 먹여서 키우고 칠월에 날갯짓을 가르쳐서 팔월에 따뜻한 나라를 찾아 다시 한국을 떠납니다. 제비가 한국에서 지내는 이야기는 과학책이나 자연책을 살펴도 알 수 있으나, 제비와 함께 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책을 읽어 아는 지식은 평균치일 뿐, 우리 집에 깃드는 제비가 누리는 삶하고는 다릅니다. 책에는 제비가 지저귀는 노랫소리를 적지 않습니다. 책에는 제비가 어떤 흙과 지푸라기를 물어다 집을 짓거나 고치는지를 적지 않습니다. 책에는 제비 날갯짓이 어떤 모습인지를 적지 않습니다. 책에는 제비가 몇 시에 깨어나 몇 시에 잠드는지를 적지 않습니다. 책에는 제비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디를 날아다니면서 어떻게 놀거나 먹이를 찾는지를 적지 않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생각하면 머릿속으로 그림을 환하게 그릴 수 있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으면, 구도와 소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이야기가 흐르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찍고 읽으면서 즐거운 사진이 됩니다. 이야기를 보여주고 나누면서 아름다운 사진이 됩니다. 4347.5.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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