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79) 존재 179 :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이 등장인물은 작가가 끙끙거리며 고민하기도 전에 먼저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재빨리 뛰쳐나왔습니다

《마쓰타니 미요코/햇살과나무꾼 옮김-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양철북,2005) 180쪽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 제 모습을 드러내며

→ 제 얼굴을 드러내며

→ 제 이름을 외치며

→ 나 여기 있다고 외치며

 …



  보기글을 헤아리면, “동화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외치며 뛰쳐나왔다”는 소리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일이란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일입니다. ‘나를 보라고 외치’는 일입니다.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모습은 ‘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됩니다. 번역을 하거나 창작을 할 적에 아이들 눈빛을 살피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을 문학을 쓰거나 옮길 적에 아이들 말빛을 헤아리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처럼 말하면 얼마나 알아들을까요. 아이들이 알아듣도록 쓰는 글은 어떻게 가다듬어야 할까요. 4347.4.28.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아이들은 내가 끙끙거리며 생각하기 앞서 먼저 제 모습을 드러내며 재빨리 뛰쳐나왔습니다


‘등장인물(登場人物)’ 같은 낱말은 한자말로 여기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만, 글흐름을 보면 동화책에 나오는 ‘아이들’이니 ‘아이들’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고민(苦悶)하기도 전(前)에”는 “생각하기 앞서”나 “애태우기 앞서”로 손질하고, ‘자신(自身)의’는 ‘제’로 손질하며, ‘주장(主張)하며’는 ‘외치며’나 ‘드러내며’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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