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기름나물 잎에 빗방울 톡톡



  지난해에는 우리 집 뒤꼍 갯기름나물을 거의 안 뜯었다. 더 널리 퍼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렸다. 올해에는 갯기름나물이 지난해보다 크게 자라고 곳곳에 퍼진다. 다만, 좀 더디다. 그래도 틈틈이 몇 잎씩 톡톡 끊는다. 살근살근 씹으면 보드라우면서 푸른 잎맛이 감돈다.


  지난달에 통영마실을 할 적에 곳곳에서 갯기름나물 파는 모습을 보았다. 다른 데에서는 으레 ‘방풍나물’이라는 한자말을 쓴다. ‘갯기름나물’이라는 한국말 이름을 쓰면 못 알아듣는 분이 더 많다. 아무튼, 통영시 저잣거리에서 갯기름나물 한 꾸러미를 사서 틈틈이 살근살근 씹어서 먹는데, 비닐집에서 키운 풀인지 들에서 자란 풀인지 알 길은 없으나, 몸에서 무척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길에서 장만한 갯기름나물과 뒤꼍에서 뜯는 갯기름나물은 맛과 내음이 다르다. 몸으로 퍼지는 기운이 다르다.


  아무래도 길에서 사다 먹는 풀은 물맛이 짙다. 집에서 뜯는 풀은 물맛이 옅다. 길에서 사다 먹는 풀은 바깥에 두어도 여러 날 그대로 간다. 집에서 뜯는 풀은 한나절만 지나도 시들시들하다. 살이 통통한 돌나물과 갯기름나물은 하루를 지나도 시들시들하지 않지만, 민들레잎은 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시들시들하기 일쑤이다. 뜯자마자 먹어야 하는 집풀이다.


  길에서 사다 먹는 풀은 물만 잔뜩 먹이니 제법 오랫동안 시들지 않을까. 집에서 뜯는 풀은 흙과 바람과 볕으로 살아가니 곧바로 먹지 않으면 물기가 사라져 시들거릴까.


  빗방울 톡톡 떨어지면서 푸른 빛깔이 더욱 싱그러운 갯기름나물을 바라본다. 살며시 손가락을 톡 대어 인사한다. 반가우며 고마운 풀아, 우리 집 뒤뜰에서 씩씩하게 널리 퍼지렴. 4347.4.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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