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1] 해와 해
아이들은 해를 바라보면서 ‘해’라 말합니다. 해가 비출 적에는 ‘햇빛’이라 말하고, 해가 풀과 나무를 살찌울 적에는 ‘햇볕’이라 말합니다. 해가 빛줄기를 곱게 퍼뜨릴 적에는 ‘햇살’이 눈부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꽤 많은 어른들은 해를 바라보며 ‘해’라 말하지 않고 ‘태양’이라 말합니다. 해가 베푸는 빛과 볕과 살을 맞아들여 이 기운을 쓸 적에는 ‘태양에너지’라 말해요. 왜 해는 해가 되지 못하고 ‘태양’이 되어야 할까요. 얼마 앞서 한국말로 새로 나왔다는 《이방인》이라는 소설책에도 ‘햇빛’이 아닌 ‘태양빛’이라 나오고, ‘해’가 아닌 ‘태양’이라 나옵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이 소설책을 읽을 무렵에는 한국말 ‘해’를 잊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이 나라에서 어른으로 살자면 한국말은 잃어버려야 할는지 모릅니다. 4347.4.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