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78) 트레못
갯바위 지남철에 / 다다귀 붙은 트레못
《안학수-낙지네 개흙 잔치》(창비,2004) 28쪽
시를 쓰는 안학수 님은 ‘나사(螺絲)’가 한자말이기에 이 낱말을 쓰고 싶지 않아 ‘트레못’이라는 낱말을 새로 지어 보았다고 합니다. ‘트레머리’라는 낱말에서 보기를 얻어 ‘트레 + 못’처럼 쓸 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나사’를 찾아보면 “소라의 껍데기처럼 빙빙 비틀리어 고랑이 진 물건”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나사’에서 ‘나(螺)’는 ‘소라’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나사못이라 할 때에는 ‘소라처럼 빙빙 비틀리듯 생긴 못’이라는 소리요, 처음부터 ‘소라못’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소라못
트레못
빙빙못
빙글못
비틀림못
어른들은 그냥 ‘나사못’이라 쓰지만, 아이들은 나사못이 왜 나사못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말뜻을 풀이해서 알려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테지만, 왜 소라못이라 안 하고 나사못이라 하는지 궁금해 할 수 있습니다.
시인이 읊은 ‘트레못’처럼 생각을 기울여 ‘빙빙못’이나 ‘빙글못’이라 할 만합니다. 빙빙 돌아가는 못이요 빙글 도는 못이거든요. 비틀리는 모습을 가리켜 ‘비틀림못’이나 ‘비틂못’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그러고 보면, ‘지남철(指南鐵)’도 쉽게 알아듣도록 고쳐쓰면 어떠할까 싶어요. ‘지남철’은 ‘자석(磁石)’과 같은 낱말이라는데, 찰싹 달라붙는 쇠입니다. ‘붙는쇠’라든지 ‘붙쇠’처럼 쓸 수 있습니다. 4347.4.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