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에 앉아 노래하는 참새
우리 집 처마 밑 제비집에 깃들어서 지내는 참새가 두 마리 있다. 이 아이들은 아침에 잠에서 깨면 후박나무로 포르르 날아가서 한참 노래하곤 한다. 마을에서 먹이를 찾기도 하고, 후박나무나 초피나무에 앉아서 먹이를 살피기도 한다. 마당에 서거나 평상에 앉으면, 참새는 후박나무 사이에 깃들어 한참 째째째 노래꽃을 피운다. 흔히들 참새는 ‘짹짹’이라고 말하지만, 참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한 시간 남짓 듣다 보면, 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내내 참새 노랫소리를 듣다 보면, 참새는 어느 한 번도 ‘짹짹’ 하고 울지 않는 줄 알 수 있다.
참새가 들려주는 노랫소리와 노랫가락은 무척 많다. 누가 이렇게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가 하고 귀를 기울이면서 살며시 다가가서 올려다보면 참새이곤 하다. 이 고운 노랫소리가 참새 노랫소리였네 하고 놀라서 새삼스레 올려다보거나 바라보기 일쑤이다.
생각해 보니, 참새는 예부터 우리 여느 살림집 처마 안쪽에 깃들어 살았다. 제비는 처마 밑에 집을 지어 살았고, 참새는 처마 안쪽 짚과 흙이 어우러진 데에서 포근하게 깃들어 살았다. 시골집이 죄 슬레트지붕으로 바뀌면서 참새는 갈 곳을 잃었고, 갈 곳을 잃었어도 시골마을을 떠나지 않으면서 시골빛을 듬뿍 머금으며 노래한다.
참새는 벌레를 얼마나 많이 잡을까. 참새는 날벌레나 풀벌레를 얼마나 많이 쪼아서 먹을까. 참새가 먹는 곡식은 얼마 안 되리라 느낀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