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3.26.
: 맹꽁이와 앵두
- 우체국에 가는 길이다. 자전거를 마당에 내놓는다. 이동안 곁님이 세발자전거를 달리며 논다. 작은아이더러 ‘자전거를 끌기만 하지 말고 이렇게 타기도 해야지’ 하고 보여준다. 작은아이는 언제쯤 세발자전거를 스스로 발판을 구르며 타려나. 왜 작은아이는 자전거를 탈 생각을 않고 끌기만 하면서 놀까. 햇볕이 좋다. 햇볕이 좋은 만큼 자전거는 이런 볕을 받으면 잘 바래고 바퀴도 잘 삭는다. 자전거마실을 가기 앞서 큰아이가 제 자전거를 들어서 햇볕이 안 드는 곳으로 옮긴다. 돌돌 굴려도 될 텐데 굳이 들어서 옮긴다. 아버지는 으레 안 굴리고 들어서 옮기니,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 듯하다.
- 봄내음과 봄노래가 물씬 번지는 들길을 달린다. 볕도 바람도 모두 좋은 봄날이다. 겨울에는 겨울대로 찬바람을 쐬면서 달리는 길이 좋다. 철마다 다 다른 빛과 바람을 누리기에 자전거마실이 즐겁다.
- 면소재지 우체국을 들러 돌아오는 길에 앵두나무 꽃망울을 본다. 며칠 뒤에 활짝 피어나겠구나. 앵두나무집을 지나 면소재지를 벗어날 즈음, 길바닥에 밟혀 죽은 맹꽁이 한 마리를 본다. 자전거로 더 밟지 않으려고 에돌아 달린다. 긴 겨울잠을 깨어나서 이렇게 밟혀 죽는구나. 자동차를 달리는 이들은 맹꽁이를 알아보기 어려울까? 참말 어려울까? 맹꽁이를 알아보고도 자동차를 멈출 사람은 있을까? 맹꽁이를 알아보고는 자동차를 옆으로 비껴 달리려는 사람은 있을까? 길에서 앞을 살피며 달리기에도 바쁜데 길바닥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볼 겨를이란 없을까?
- 집에 닿기 앞서 서재도서관에 들른다. 책 몇 권을 챙겨서 나온다. 이동안 큰아이가 수레 뒤쪽에 서서 동생을 부르면서 논다. 내가 도서관에서 나오니 수레 뒤에 숨으면서 논다. 얘, 숨으려면 잘 숨어야지, 네 꼬랑지는 벌써 밟혔구나.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