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꼍에서 복숭아꽃 만나기
나무를 심어 한 해가 지난 뒤에 꽃을 본다. 씨앗으로 키웠으면 한 해만에 꽃을 볼 수는 없다. 어느 만큼 자란 조그마한 나무를 읍내 저잣거리에서 장만해서 옆밭과 뒤꼍에 심었는데, 가느다란 줄기에서 뻗은 가느다란 가지에 꽃망울이 맺히더니 곱다시 꽃잎을 벌린다. 위쪽과 아래쪽에서 피어나는 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린나무에 맺힌 꽃이기에 우리 집 어린 아이들도 꽃을 눈높이로 바라볼 수 있다. 집에서 키우는 나무가 있으면,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나무꽃을 이렇게 만날 수 있네. 아이들과 씨앗을 심거나 어린나무를 옮겨심는 일이란 얼마나 대단하며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아이들 손길과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무럭무럭 크기를 바란다. 우리 집 뒤꼍을 환하게 빛낼 우람한 나무로 자라기를 바란다. 4347.4.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