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빛을 보셔요

 


  아마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은 튤립잔치를 하는 곳에서 피어난 튤립만 볼 테지요. 그러나 나는 튤립만 볼 수 없습니다. 튤립이 자라는 흙을 볼밖에 없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바라볼 적에도 아이들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를 함께 보고, 아이들을 둘러싼 보금자리와 마을을 함께 바라봅니다. 도시를 바라보건 시골을 바라보건 똑같습니다. 어느 한 가지만 바라보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튤립도 풀이요 꽃입니다. 풀과 꽃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구경거리로서 튤립 둘레에 아무 풀도 돋지 않아야 할까요. 튤립만 돋보이고, 흙에 아무것도 안 나면 튤립은 싱그럽거나 튼튼하게 살 수 있을까요?


  흙빛을 보셔요. 튤립만 덩그러이 있는 꽃밭 흙빛이 얼마나 ‘사막과 같은’지 보셔요. 튤립이 애처롭습니다. 이웃이나 동무가 없이 튤립만 외롭게 있어야 하는 흙을 보셔요. 이렇게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 튤립은 얼마나 곱거나 환하게 빛날 수 있을까요.


  줄에 맞추어 심는대서 예쁜 꽃밭이 아니에요. 꽃이나 풀이나 나무는 줄을 맞추어 자라지 않아요. 꽃이나 풀이나 나무는 숲을 곱게 가꾸는 무늬와 빛으로 자라요. 4347.4.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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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4-05 16:29   좋아요 0 | URL
매년 계속 가꾸는곳이 아닌 한 시즌만을 위한 축제이다보니 이런것 같아요. 저도 종종 이렇게 인공적으로 가꾸어진 꽃들을 보면서 꽃이 이뻐 좋긴하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필수 있는 꽃도 한번으로 생을 마감하는것 같아 안타까워요.

계속 계속 이쁘게 가꾸는 꽃정원이 되면 좋겠어요.

숲노래 2014-04-06 00:35   좋아요 0 | URL
어떤 꽃이 피든 다 이쁘기에 굳이
풀을 다 뽑지 않아도 되는데,
행정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못 되고,

또 관광객도 '다른 풀이나 꽃'이 있으면
어설프다고 여기니
이래저래 눈요기 행정과 행사가 되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