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신안마실
오늘이 아닌 어제 갑자기 신안마실을 한다. 신안에서 찾아온 분이 있어 우리 사진책도서관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분이 신안으로 돌아가는 길에 함께 차를 타고 신안으로 온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버지와 마실을 하고 싶다. 두 아이한테 참 미안해서 신안으로 가기 앞서 고흥 도화면 소재지 빵집에서 몇 가지 빵을 사서 아이들한테 안기고 길을 나섰다. 오늘 아닌 어제 하루 일이 바쁘겠구나 싶어,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빈속으로 지내야 낮잠을 안 자면서 하루를 길게 보낼 수 있다. 오늘 아닌 어제 신안군 압해를 돌아보았고, 오늘은 지도를 돌아보리라. 나는 왜 갑자기 고흥을 두고 신안을 돌아볼까.
2011년 가을에 고흥으로 들어오면서, 폐교 골마루에 책꽂이를 꽝꽝 박았다. 여러 만 권에 이르는 책을 싸기에는 이제 힘이 부치고, 책짐과 책꽂이를 나르기 참으로 고단해, 두 번 다시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뜻에서 모든 책꽂이를 우리 도서관 나무바닥에 못으로 단단하게 박았다.
책은 작가한테서 독자한테 간다. 사랑은 어버이한테서 아이한테 간다. 그리고, 사랑은 아이한테서 어버이한테 오고, 책은 독자한테서 작가한테 온다. 모두 고이 돌고 돈다. 언제나 따사로이 흐르면서 빛난다.
신안은 어떤 곳일까? 신안에서 태어나 살아온 사람은 어떤 꿈일까? 마을에서 늙은 분들은 어떤 넋일까? 고등학교를 마치기 무섭게 시골을 떠나는 푸름이한테 이곳은 어떤 빛일까? 신안에서 다리를 건너 목포로 넘어온 뒤 여관에서 묵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4347.4.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