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720) 한 4 : 한 목소리 / 한 이라크 남자
알파나 호텔을 향해 다시 천천히 그 뜨거운 뙤약볕 속을 걸어 나오는 길에 한 낯선 목소리가 저를 불러 세웁니다. 돌아보니 한 이라크 남자가 서 있을 뿐입니다
《임영신-평화는 나의 여행》(소나무,2006) 86∼87쪽
한 낯선 목소리가
→ 낯선 목소리가
→ 낯선 목소리 하나가
한 이라크 남자가
→ 이라크 사내 하나가
→ 이라크 사내 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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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말투에서는 ‘한’ 구실을 하는 얹음씨를 넣지 않으면 얄궂다고 느낄 테지만, 한국 말투에서는 ‘한’ 같은 얹음씨를 넣으면 얄궂습니다. 미국말에서는 “There is a book.”으로 쓰겠지만, 한국말에서는 “여기에 책이 있네.”로 씁니다. “여기에 한 책이 있네.”처럼 쓰면 어떨까요? “여기에 사진이 한 장 있네.”나 “여기에 사진이 있네.”로 쓰는 우리들이지, “여기에 한 사진이 있네.”처럼 쓰지 않습니다. “여기에 전화기가 있구나.” 하는 우리들이지, “여기에 한 전화기가 있구나.” 하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낯선 목소리가 불러 세우”는 소리를 듣고, “이라크 사내 하나가 선” 모습을 바라봅니다. 4340.4.3.불/4347.3.3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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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나 호텔로 다시 천천히 그 뜨거운 뙤약볕을 걸어 나오는 길에 낯선 목소리가 저를 불러 세웁니다. 돌아보니 이라크 사내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알파나 호텔을 향(向)해”는 “알파나 호텔로”로 다듬습니다. “뙤약볕 속을 걸어 나오는”은 “뙤약볕을 받으며 걸어 나오는”이나 “뙤약볕을 걸어 나오는”으로 손보고, “서 있을 뿐입니다”는 “있을 뿐입니다”나 “섰을 뿐입니다”로 손봅니다. ‘이라크 남자(男子)’는 그대로 둘 만한데, ‘이라크 사내’로 손질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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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779) 한 5 : 마을의 한 노파
마을의 한 노파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었다
《호시노 미치오-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청어람미디어,2005) 158쪽
마을의 한 노파가
→ 이 마을 어르신 한 분이
→ 마을 할머니 한 분이
→ 마을에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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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말씨입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우리 마을에서 할머니 한 사람이 죽었어요.” 하고 말합니다. “우리 동네에 살던 할머니 한 분이 숨을 거두셨어요.” 하고 말하지요. “이 마을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하고 말하거나.
괜히 붙이는 ‘한’이라는 말, 얄궂게 쓰고 마는 ‘老婆’, 여기에다가 토씨 ‘-의’까지. 우리 말씨에, 우리 말투에, 우리 낱말에,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 주면 좋겠습니다. 4340.11.19.달/4347.3.3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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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할머니 한 분이 세상을 떠난 지 한 해가 되었다
늙은 여자를 가리킨다는 한자말 ‘노파(老婆)’입니다. 늙은 여자라면, 한국말 ‘할머니’가 있어요. ‘1년(一年)’은 ‘한 해’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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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968) 한 6 : 뉴욕의 한 동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뉴욕의 한 동네에 사는 주민이 아니라 시골에서 며칠 다니러 온 단기체류객 또는 방랑자로 생활하고 있다
《엘윈 브룩스 화이트/권상미 옮김-여기, 뉴욕》(숲속여우비,2014) 39쪽
뉴욕의 한 동네에 사는 주민
→ 뉴욕에 사는 사람
→ 뉴욕 주민
→ 뉴욕에 있는 작은 동네에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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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글을 살피면, “뉴욕의 한 동네에 사는”으로 적으면서 “시골에서 며칠 다니러 온”으로 적습니다. ‘한 시골’이라든지 ‘시골의 한 동네(마을)’라 적지 않았어요. 그러면, 앞자리에서도 “뉴욕의 한 동네”가 아닌 “뉴욕에 사는”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뉴욕에 사는 사람”이나 “뉴욕 주민”으로 적어야 올발라요. 말이 좀 길더라도 “뉴욕에 있는 작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나 “뉴욕에 있는 작은 동네 주민”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37.3.3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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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나는, 이제 뉴욕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시골에서 며칠 다니러 온 손님 또는 나그네로 지낸다
‘지금(只今)’은 ‘이제’를 한자로 옮긴 낱말입니다. “이 글을 쓰는 이때”나 “이 글을 쓰는 때에”나 “이 글을 쓰는 동안”으로 글 첫머리를 손볼 수 있습니다. ‘주민(住民)’은 “어느 곳에 사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니, “동네에 사는 주민”처럼 적으면 겹말입니다. “뉴욕 주민”이나 “뉴욕에 사는 사람”으로 바로잡습니다. ‘단기체류객(短期滯留客)’은 “짧게 머무는 손님”을 뜻합니다. 말뜻 그대로 적어도 되지만, 이 글월에서는 ‘손님’이라고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방랑자(放浪者)’는 ‘나그네’나 ‘떠돌이’로 손질하고, “생활(生活)하고 있다”는 “지낸다”나 “산다”나 “있다”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