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나누는 마음

 


  우리 집 매화나무에 꽃이 한가득 터졌습니다. 매화꽃이 한가득 터지기를 한 해 동안 기다렸습니다. 왜냐하면 매화꽃은 삼월 한 철 살그마니 피었다가 지거든요. 삼월꽃인 매화꽃을 놓치면, 꼬박 한 해를 지나 이듬해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배롱나무에 피는 발그스름한 꽃은 온날을 간다고 합니다. 그러니 ‘온날꽃(백일꽃)’이기도 합니다. 온날꽃인 배롱나무를 빼고는 웬만한 꽃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부추꽃이나 고들빼기꽃은 꽤 오래가곤 하는데, 이레를 지나고 열흘을 지나면 꽃은 하나둘 떨어지거나 조용히 사라져요. 수세미 암꽃은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하루만에 지기도 해요.


  매화꽃이 그득그득 터지기를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매화꽃이 잔뜩 터진 뒤에는 곁님과 아이들을 불러 다 같이 꽃내음을 맡습니다. 코를 가까이에 대도 매화내음이 번지고, 집안이나 마당에 있어도 매화내음이 퍼집니다. 꽃이 고운 나무를 심어 돌볼 적에는 꽃내음이 보금자리와 마을에 두루 퍼지면서 살가운 빛이 흐른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꽃나무를 심거나 꽃그릇을 돌보는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 빛을 나누는가 하고 다시금 깨닫습니다.


  글을 한 줄 쓰면서 꽃내음을 생각합니다. 한 해에 한 차례 피고 지는 나무꽃처럼, 내가 써서 나누는 글 한 줄이 한 해에 한 차례 즐겁게 마주하는 나무꽃내음처럼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배롱나무처럼 온날에 걸쳐 꽃내음과 꽃빛을 나누어도 좋아요. 네 철 푸른 나무처럼 삼백예순닷새에 걸쳐 푸른 잎빛을 나누어도 좋아요.


  그런데, 온날에 걸쳐 맑은 배롱꽃은 꽃가지마다 새 꽃이 피고 지면서 온날을 잇습니다. 네 철 푸른 나무는 잎가지마다 새 잎이 돋고 지면서 언제나 푸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새로우면서 밝은 글을 길어올리면서 한결같이 즐거운 노래가 되도록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되뇝니다. 글에 사랑을 싣자. 글에 꿈을 담자. 글에 이야기를 빚자. 글에 노래를 품자. 글에 웃음을 넣자. 글에 너른 품을 두자. 글에 알뜰살뜰 고소한 밥 한 그릇을 얹자.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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