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선물 받기
월요일 새벽부터 금요일 저녁까지 시골집을 비웠다. 월요일 새벽 다섯 시 반에 시골집을 떠난 뒤, 금요일 저녁 아홉 시가 넘어서야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바지런히 청소를 하고 몸을 씻은 뒤 몇 점 빨래를 한다. 그동안 집으로 온 소포꾸러미를 살핀다. 아이들이 먼저 상자를 끌러 여기저기로 흩어 놓았다. 책과 함께 스티커라든지 과자를 꾸려 보내 주신 분들이 있다. 시골집을 비운 닷새 동안 이웃 세 분이 책선물을 보내 주었다. 이 선물꾸러미는 언제 닿았을까. 이 선물꾸러미는 이웃님이 언제 보내 주었을까.
밤이 늦어 불을 끄고 아이들을 재운다. 새로 밝은 아침에 아이들한테 새밥을 지어서 먹이려고 부엌일로 부산하다. 마당으로 내려가서 매화꽃 흐드러진 모습은 사진으로 찍으면서, 선물받은 책은 미처 사진으로 못 찍는다. 밥이 끓고 국이 끓는다. 무를 썰고 당근을 썬다.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서 먹인 뒤 선물받은 책을 돌아보자고 생각한다.
밥을 푸고 국을 뜬다. 밥상에 한 가지씩 차곡차곡 놓는다. 미리 삶아서 식힌 달걀을 한 알씩 내놓는다. 아이들이 달걀껍질 벗기는 모습을 보고는 그릇 하나 들고 마당으로 내려온다. 옆밭에 마을고양이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서 해바라기를 한다. 마을고양이 옆에 쪼그려앉아서 갈퀴덩굴과 갓잎과 유채잎을 뜯는다. 고양이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풀을 다 뜯고 장미 잎망울을 들여다본다. 동백꽃 빨간 꽃봉오리를 들여다본다. 시골바람을 살풋 쐬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봄풀을 헹구어 송송 썬 뒤 하얀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린다.
책꾸러미를 선물로 보내는 마음은 어떤 빛일까 그려 본다. 동백꽃 붉은 빛깔과 같을까. 곧 터질 장미꽃 잎망울 같은 무늬일까. 매화꽃에 이어 터지려는 복숭아꽃과 같은 결일까. 유채잎이나 갓잎처럼 짙푸른 봄내음일까. 한창 밥을 차리는데 우체국 아재가 부른다. 또 누군가한테서 책선물이 왔다. 나도 이웃님한테 책을 선물로 곧잘 보내는데, 이주에는 오로지 선물로만 네 차례 받네. 토요일과 일요일 지나 월요일이 찾아오면 나도 이것저것 꾸려서 선물꾸러미를 부쳐야겠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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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서재 이웃 보슬비 님과 순오기 님
책선물
즐겁게 잘 받았어요.
이따가 재미난 사진을 따로 더 올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