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거둔 내 사진기렌즈
여러 해 즐겁게 잘 쓴 내 사진기렌즈가 그제 저녁에 숨을 거둔다. 여러 해 쓰는 동안 참 고맙게 잘 썼다. 이 렌즈를 쓰는 사이
내 디지털사진기 두 대가 숨을 거두었다. 그러니, 이 렌즈는 참 오랫동안 무척 많은 사진을 나한테 베풀어 준 셈이다. 얼마나 고맙고
애틋한가.
그러께 형이 나한테 선물한 다른 렌즈가 하나 있다. 형이 준 렌즈가 있어, 사진을 못 찍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렌즈 쓰임새가
달라, 어떤 모습을 찍어야 할 적에는 찍지 못한다. 사진은 이럭저럭 찍지만 찍어야 할 사진을 모두 찍지는 못한다. 렌즈를 하나 새로 장만해야
하는구나. 숨을 거둔 렌즈는 우리 사진책도서관 한쪽에 곱게 모셔야겠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