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 보는 마음
꽃은 하루아침에 피어나지 않습니다. 꽃망울이 터질 듯 말 듯하다가도 좀처럼 터지지 않으면서 여러 날 지납니다. 이레가 지나고 열흘이 지납니다. 곧 터질 듯하더니 아니네 하고 생각하며 하루쯤 꽃망울을 안 들여다보면, 이튿날이나 다음날 어느새 활짝 열리기도 합니다. 쳇, 날마다 들여다볼 적에는 왜 안 터지고, 하루나 이틀을 거르면 왜 이때에 터지니, 하고 토라져 본들 어쩔 수 없습니다.
한 번 피어난 꽃은 쉬 지지 않습니다. 다만, 수세미꽃이나 박꽃은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암꽃은 이내 저물어요. 수꽃은 오래오래 꽃잎을 벌리지요. 다른 암꽃도 그렇겠지요.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암꽃은 저뭅니다. 수꽃은 꽃가루를 내놓았어도 오래도록 지지 않습니다.
우리 집 뒤꼍 매화나무를 두고두고 바라봅니다. 앙증맞고 바알간 꽃망울은 언제쯤 활짝 터질까 궁금합니다. 보고 또 보아도 늘 그렇다는 듯이 터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름쯤 흐른 어느 날, 드디어 꽃잎을 활짝 벌린 송이를 찾습니다. 여기에 하나 있구나, 저기에도 하나 있네, 저쪽에도 곧 터지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활짝 벌린 꽃잎을 살살 쓰다듬습니다. 곧 벌어지려는 꽃망울을 가만히 어루만집니다. 나뭇가지를 살포시 쥡니다. 볼을 대고 입을 맞춥니다. 고마워 하고 인사를 합니다. 꽃을 바라보며 웃고, 내 웃음은 나무한테 다시 스며듭니다. 꽃망울 터뜨린 매화나무는 새롭게 기운을 내고, 우리 집에는 매화꽃내음이 감돌면서 다 같이 즐겁습니다.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