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883) 다多- 1 : 다문화

 

다문화가 만나는 이 시대의 인류에게 여전히 해당되는 일이다
《윤신향-윤이상, 경계선상의 음악》(한길사,2005) 24쪽

 

 다문화가 만나는
→ 여러 문화가 만나는
→ 온갖 문화가 만나는
→ 수많은 문화가 만나는
 …


  ‘多-’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자입니다. 이 한자를 앞가지로 붙여 한자말을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다목적’이라 ‘다방면’이나 ‘다용도’ 같은 낱말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한자말을 넣은 “다목적으로 쓰입니다”라든지 “다방면에 도움이 됩니다”라든지 “다용도 제품입니다” 같은 글은, “여러 가지로 쓰입니다”나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나 “쓸모가 많은 제품입니다”로 손질할 수 있어요.


  한국말이 아닌 한자를 붙여서 새말을 짓는 일이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사람은 한국에서 한국말로 한결 쉬우면서 바르고 알맞게 새말을 지으면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한국사람이 굳이 영어로 새말을 지을 까닭이 없듯이,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가장 밝고 즐겁게 살찌우면 됩니다. 4340.5.7.달/4347.3.1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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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문화가 만나는 오늘날 사람들한테 한결같은 일이다

 

“이 시대(時代)의 인류(人類)에게”는 “오늘날 사람들한테”로 다듬고, “여전(如前)히 해당(該當)되는 일이다”는 “한결같은 일이다”나 “늘 되풀이되는 일이다”나 “그대로 이어지는 일이다”로 다듬어 봅니다.
‘다(多)’는 “‘여러’ 또는 ‘많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여러’나 ‘많은’으로 써야 알맞으나, 사람들이 자꾸 ‘多’를 얄궂게 붙이는 셈입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14) 다多-2 : 다목적

 

강력한 한미동맹 과시, 지역경제 활성화 등 꽤나 다목적으로 기획된 축제였다
《노순택-사진의 털》(씨네21북스,2013) 175쪽

 

 다목적으로 기획된
→ 여러 목적으로 기획한
→ 온갖 목적으로 마련한
→ 여러 가지를 살핀
→ 여러 가지를 내세우는
 …


  한국말사전에서 ‘다목적’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목적”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여러 목적’으로 쓰면 된다는 소리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여러 목적”으로 손보면 되고, “온갖 목적”이나 “수많은 목적”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더 생각해 보면, ‘목적’ 같은 낱말을 자꾸 쓰기에 ‘多’ 같은 외마디한자말이 들러붙는다 할 수 있습니다.


  한자말 ‘목적’을 아예 안 쓰면 어떠할까요. 이 한자말이 없으면 우리 생각을 나타내기 어려울까요. 이런 한자말을 자꾸 쓰는 바람에 한국말이 헝클어지거나 어지러워지지는 않을까요.


   교사나 교수가 아닌 일곱 살 어린이한테 물어 봅니다. 어느 말을 쓸 적에 알아듣기에 좋고, 뜻이 잘 드러나는지 묻습니다. 지식인이나 학자가 아닌 일흔 살 할머니한테 여쭈어 봅니다. 어떤 낱말을 쓸 적에 아름다울는지 여쭈어 봅니다. 4347.3.1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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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한미동맹 뽐내기, 지역경제 살리기 같은 꽤나 여러 가지를 내세우는 잔치였다

‘강력(强力)한’은 ‘단단한’으로 다듬고, ‘과시(誇示)’는 ‘뽐내기’나 ‘자랑’으로 다듬습니다. ‘활성화(活性化)’는 ‘살리기’로 손보고, ‘등(等)’은 ‘같은’으로 손봅니다. ‘기획(企劃)된’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마련한’으로 손질할 수 있고, ‘축제(祝祭)’는 ‘잔치’나 ‘한마당’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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