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 가지 끝에 직박구리

 


  아이들과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하면서 노는데, 직박구리가 우리 집 둘레를 어정거린다. 옆밭과 뒤꼍에서 먹이를 찾고, 짝을 지어서 노래하다가는, 매화나무 우듬지 가느다란 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아 한참 쉰다. 옆에 있는 큰아이를 조용히 불러 저기 보라고 이른다. 큰아이는 “어디?” 하고 묻는다. “저기 봐, 매화나무 꼭대기에 직박구리가 앉았어.” “매화나무? 매화나무가 어디 있어?” “저쪽에 있어.” “저쪽에 고양이만 있는데?” 해마다 매화나무와 매화꽃과 매화열매를 보더라도 아직 매화나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일곱 살 큰아이는 새를 한참 동안 못 알아본다. 그러다가 비로소 알아본다. “아, 저기 있구나. 참말 새가 앉았네.”


  겉으로 보기에 깃털로 몸을 부풀리기에 커 보일는지 모른다. 직박구리도 두 손으로 안아 보면 매우 작은 새일는지 모른다. 참새와 박새와 딱새도 막상 손으로 안으면 한 줌조차 안 될 만큼 대단히 작다. 그러니, 얼핏 보기로는 직박구리가 매화나무 가느다란 가지 끝에 앉으면 나뭇가지가 부러질까 싶지만, 직박구리는 제 무게가 얼마인 줄 알 테고, 어디에 앉아야 할는지 잘 알 테지. 4347.3.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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