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27) -의 비행 2 : 키키와 지지의 비행
키키와 지지의 비행은 일 년 전보다 훨씬 빨라졌습니다
《가도노 에이코/권남희 옮김-마녀 배달부 키키 (1)》(소년한길,2011) 226쪽
키키와 지지의 비행은 일 년 전보다 훨씬 빨라졌습니다
→ 키키와 지지는 한 해 앞서보다 훨씬 빨리 날았습니다
→ 키키와 지지는 지난해보다 훨씬 빨리 날았습니다
…
영어나 일본말로 된 책을 섣불리 옮기면 이 보기글 같은 글투가 나타납니다. 한자말 ‘비행’을 썼기에 이 글투가 어떻게 엉성한가를 못 느낄 분이 제법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한자말 아닌 한국말 ‘날다’를 이름씨 꼴로 바꾸어 “날기(날음)은 훨씬 빨라졌습니다”처럼 적어 보셔요. 말이 안 될 테지요. 문법으로는 이처럼 적을 수 있다고도 하지만, 문법은 말이 아닙니다. 말을 말답게 적을 때에 비로소 말이요 글입니다.
이름씨 꼴이 굳은 ‘걸음’이라면 “걸음이 빨라지다”처럼 쓸 수 있을 텐데, ‘보다’를 “빨리 보았습니다”가 아닌 “봄이 빨라졌습니다”처럼 쓰면 영 어설퍼요.
글투를 올바로 다스리면 이 보기글은 “지난해(한 해 앞서)보다 훨씬 빨리 날았습니다”처럼 적을 테고, 이렇게 적으면 토씨 ‘-의’를 붙일 자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글투가 뒤죽박죽이거나 엉망이기에 토씨 ‘-의’가 붙습니다. 글투를 바로잡거나 바로세우지 않으니, 토씨 ‘-의’를 억지로 붙여서 엉성한 글이 되고 맙니다. 4347.3.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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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와 지지는 지난해보다 훨씬 빨리 날았습니다
“비행(飛行)이 훨씬 빨라졌습니다”는 한국 말투가 아닙니다. 번역 말투요 일본 말투라 할 만합니다. 한자말 ‘비행’을 굳이 쓰려 한다면, “훨씬 빨리 비행했습니다”처럼 써야 할 텐데, 이렇게 써도 얄궂습니다. 왜냐하면, 새를 보고 ‘비행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비행기를 보고도 ‘난다’나 ‘날아간다’고 할 뿐입니다. “일 년(一 年) 전(前)보다”는 “한 해 앞서보다”나 “지난해보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