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3.12. 큰아이―아버지 그렸어
“펜. 펜. 노랗고 뚜껑 까만 펜.” 하고 큰아이가 노래를 한다. 무얼 말하나 한동안 생각하다가, 내가 쓰는 볼펜을 달라는 뜻인 줄 알아챈다. 노란 몸통에 까만 뚜껑이 있는 펜을 큰아이한테 건넨다. 큰아이는 방바닥에 엎드려서 “아버지 그려야지.” 하고 말한다. 한참 슥슥삭삭 하더니 “자, 보세요.” 하면서 공책을 내민다. 아이가 내민 공책에 나오는 아버지는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고는 한손에 수저를 들고 밥을 차려 주는 모습이다. 한쪽에 ‘바다’라는 글도 적는다. 바다에 가고 싶다는 뜻이다. 일곱 살 사름벼리야, 너는 이제 그림에 글도 함께 넣을 수 있구나. 앞으로 밥을 한결 맛나게 잘 차려야겠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